'공짜 야근' 주범 포괄임금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국회 입법 본격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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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야근' 주범 포괄임금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국회 입법 본격 착수

2026. 04. 03 11:25 작성2026. 04. 03 11:25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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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정한 연장수당' 금지 법안 9건 심사

변호사들 "근로시간 기록 의무화가 핵심"

실제 야근 시간이 얼마나 되든 미리 정한 연장수당만 주는 포괄임금제를 두고 국회가 본격적인 손질에 나섰다. /셔터스톡

"이번 달 야근을 50시간을 하든 10시간을 하든, 월급 통장에 찍히는 연장수당은 똑같습니다."


판교의 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근무하는 3년 차 개발자 A씨의 하소연이다.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연일 밤샘 근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급여명세서에는 입사 때 계약한 월 20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만 고정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A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포괄임금제'다.


실제 일한 시간과 무관하게 미리 정해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기본급에 더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이 제도를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포괄임금제 금지 법안만 9건에 달한다.



법 조문엔 없는 포괄임금제⋯판례가 만든 '예외'가 원칙을 삼켰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일한 만큼 정확하게 계산해서 돈을 주라는 것이 법의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의 산업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포괄임금제다. 현행법상 포괄임금제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조문은 어디에도 없다. 전적으로 법원 판례에 의존해 예외적으로 인정되어 온 관행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근로형태의 특수성 때문에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거나 △일정한 연장근로가 예상되는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있고 △수당을 통합해 지급하기로 하는 노사 간의 객관적인 합의가 있을 때만 포괄임금제를 유효하다고 판단해 왔다(대법원 2015다8803 등).


특히 경비원처럼 대기 시간이 긴 감시·단속적 근로가 대표적인 인정 사례였다.


그러나 외근이나 출장이 잦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단순히 계산이 편하다는 이유로 일반 사무직이나 IT 개발자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포괄임금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계산 편하다" vs "장시간 노동 조장"⋯양날의 검


기업 입장에서는 포괄임금제가 매력적인 카드다. 매달 직원들의 초과근무 시간을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어 임금 관리가 편하고, 매년 인건비 예산을 미리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근로자에게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A씨의 사례처럼 약정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더라도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공짜 야근' 늪에 빠지기 쉽다.


사용자는 추가 비용 부담이 없으니 눈치 보지 않고 연장 근로를 지시하게 되고, 이는 곧 과로로 이어진다.


물론 근로자에게 유리한 점도 있다. 실제 연장근로를 적게 하더라도 약정된 수당은 고정적으로 보장받기 때문에 소득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오남용에 대한 불만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만약 포괄임금 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제 일한 시간에 맞춰 계산한 법정수당이 포괄임금 명목으로 받은 수당보다 많다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이 경우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며 회사가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문제는 근로시간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근로자가 직접 초과 근무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투명하게 기록하라"⋯개정안의 핵심 타깃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노사정 합의안의 핵심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사용자가 임금대장에 급여액뿐만 아니라 실제 근로일수와 근로시간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근로자의 자료 열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뭉뚱그려 돈을 주던 관행을 뿌리 뽑고, 투명한 기록을 통해 일한 만큼 보상하는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법이 통과될 경우, 기존에 맺었던 포괄임금 계약 효력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소급 적용 여부)가 당장 쟁점으로 떠오른다.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인 만큼, 법 시행 전 3년 치의 미지급 수당을 둘러싼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연장 근로가 불규칙한 스타트업이나 영세 IT 기업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 규정을 섬세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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