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할머니 살해' 10대 형제…분노조절장애 있다면 법원은 감형해줄까
구속된 '할머니 살해' 10대 형제…분노조절장애 있다면 법원은 감형해줄까
"잔소리 많고 심부름시켜 짜증 났다"는 이유로 자신 키워준 할머니 살해한 10대 형제 구속
경찰, 형제의 분노조절장애 여부 등 확인 중인 가운데⋯정신질환 등은 판결에 어떤 영향 미칠까
최근 '존속살해 혐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감형사유 되는지 확인해봤다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자신들을 돌봐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가 구속됐다. 경찰은 형제에게 분노조절장애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들 형제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합뉴스·유튜브 'MBN News'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30일, 친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가 지난 31일 구속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며, 소년으로서 구속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형제의 국선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형제가 아직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큰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발적 범행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자신들을 돌봐준 할머니를 살해한 비정한 범행에 분노했다. 특히 고령의 나이에도 손자를 위해 교복 빨래를 해둔 사진이 뒤늦게 공개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형이 사전에 모의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더불어 형에게 분노조절장애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두 형제는 정서행동장애 심리치료 혹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만약, 이들 형제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사건과 유사한 존속살해 판결문을 통해 이를 알아봤다. 유사 판결문 속 피고인 A씨는 분노조절장애를 겪다가 아버지를 살해했다.
A씨의 1심 판결문에는 "피고인(A씨)은 아버지가 단지 꾸지람을 했다는 이유로 칼로 찔러 살해했다"라고 쓰여있다.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와 비슷한 범행 동기를 가진 A씨의 사건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계성 지능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분노조절장애 등을 앓아 온 A씨는 오랫동안 방 안에서 홀로 생활했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A씨를 아버지는 철저히 무시했다. A씨 역시 그런 아버지를 마주하는 게 불편했다. 가급적 방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렇게 가족은 단절됐다. 두 부자가 대화할 때는 A씨가 꾸지람을 들을 때뿐이었다.
사건 발생 당일, 두 부자는 '보일러 온도' 때문에 말다툼을 했다. "춥다"는 A씨의 말에 아버지는 "옷을 입으라"고 대꾸했다. A씨는 언성을 높이며 불만을 표시했고, 아버지는 A씨 방으로 쫓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 방에서 아버지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사망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도 아버지로부터 보일러 문제로 혼이 났다"
"아버지가 자신을 또 괴롭히면 칼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아버지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으며, 평소 앓던 정신장애 탓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A씨 어머니도 수사기관에 ADHD와 함께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했다고 진술했다. 진료기록 등도 증거로 제출했다.
모두 A씨 주장처럼 심신미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였다. 만약,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양형에 반영될 터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건 당시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하며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수열 부장판사)는 A씨가 방 서랍장에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별도로 △범행 동기 및 당시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점 등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항소심에서도 심신장애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수원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노경필 부장판사)는 과거 정신적 문제로 치료를 받은 것은 인정하나, 정신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1심과 마찬가지로 범행 수법과 동기, 2심 중 제출된 정신감정 결과 등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이는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로 판단했다.
법원은 정신장애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감형하는 것이 아니라, 범행 경위와 범행 전후의 행동 등을 두루 살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10대 형제들에게 분노장애 등의 치료 전력이 있다고 해도 무조건적인 감형요소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들의 경우, 경찰 진술에서 "그동안 할머니에게 불만을 느꼈고 살해를 계획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시 사건을 목격한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았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제들의 진술 및 범행 후 행동 등을 바탕으로 보면 사물을 변별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 즉 심신미약으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다만, A씨는 2심에서 감형됐다. 심신미약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신적 장애가 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또한, 아버지로부터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고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점도 반영돼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10대 형제들도 이런 점이 감형요소로 고려될 수는 있다. 이 형제들은 2012년 8월부터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조부모와 생활해왔다. 이들을 맡아 키우던 조부모 역시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가정형편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불우한 가정환경 등이 이들 형제의 유리한 양형사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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