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한 달에 한번 날 고소하는 남자가 있다
교도소에서 한 달에 한번 날 고소하는 남자가 있다
쉽지 않은 무고죄 고소…"검은 것을 하얗다"고 주장하는 정도여야 가능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허위 사실 고소로 자신을 괴롭혀온 남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고 싶다. 가능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누군가가 나를 고소한다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고소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이뤄지고 있다면? 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한 여성이 있다.
하지도 않은 일로 날 자꾸 고소하는 남자
사기 및 횡령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남성 A씨. 그는 과거 결혼했었고 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다른 여자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여성 B씨는 그녀를 만나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교도소에 있던 A씨는 이 사실을 알고 B씨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다. 협박이 계속되자 벌금형까지 받았다. 그러자 방법을 바꿨다. A씨는 B씨가 하지도 않은 일들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사기, 가택침입, 절도 등으로 한 두 달에 한 번씩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받았다.
B씨는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하고 싶다. 무고죄로 고소가 가능할지, 그리고 추가적으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가능한지 등도 궁금하다. 변호사 6명의 의견을 들어본다.
법무법인 유스트 김승한 변호사는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했으면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다"면서도 "무혐의가 곧 무고성립은 아닌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더 알아야 기소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법률사무소 황금률 박성현 변호사도 “고소된 사실에 대하여 무혐의처분을 받았다고 하여 반드시 상대방에게 무고죄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무고할 목적이나 무고의 고의와 같은 주관적 요건에 대한 입증은 검사가 하는 것이나, B씨가 자신이 당한 여러 고소의 구체적인 정황들과 무혐의 받았던 사건들의 확정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A씨의 무고 혐의에 대하여 강한 의심을 가지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사람인 차현일 변호사는 “명백하게 무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 직권으로 인지 수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사안의 경우 수사기관이 먼저 인지하여 무고 혐의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혹시 B씨에 대한 불기소처분 서류에 A씨의 무고에 대한 판단까지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초석성남분사무소 김정수 변호사는 “무고죄의 경우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수사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으로, 이 부분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아고라 법률사무소 김현용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무고죄의 성립을 위해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데 대한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 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이를 B씨의 사안에 비추어보면, 무혐의 처분받은 사건이 허위사실이라는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만의 주장으로는 무고죄의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무고죄에 대해 이렇게 판시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①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데 대한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②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 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③신고 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검은 것을 하얗다'고 하는 정도여야 무고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김승한 변호사는 “원치 않는 연락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A씨가 이전에 협박죄로 처벌받은 점을 고려하였을 때 접근금지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백창협 변호사도 “A씨가 협박 편지를 보낸 일로 벌금형까지 선고받았고, B씨를 계속 괴롭힐 목적으로 허위 고소까지 한 경우라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도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차현일 변호사는 “B씨가 단순 괴롭힘을 넘어서는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경우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며, 금전적 제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접근금지를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A씨가 이미 교도소에 있으므로 접근금지 가처분은 효력이 없을 수 있다”며 “다만 A씨의 출소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의 출소일 등을 고려해서 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