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다' 한 마디에 1200만원…고소 협박,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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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하다' 한 마디에 1200만원…고소 협박, 정당한가

2026. 05. 28 14:2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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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캡처 후 댓글 달았다가 '민형사 조치' 통보…변호사들 "섣부른 합의는 금물"

앱 이용자가 다른 회원의 프로필을 캡처해 "수상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운영사로부터 거액의 배상 요구와 고소 협박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한 이용자가 앱에서 다른 회원의 프로필을 캡처해 "수상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운영사로부터 1200만 원의 배상금과 민·형사 고소 협박을 받았다.


과거 부적절한 행위로 영구정지당했던 이력까지 드러나며 법적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섣불리 대응했다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제재 회피 재가입"까지…꼬리 문 위반의 악순환


사건의 발단은 한 애플리케이션 운영사가 이용자 A씨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시작됐다. 운영사는 A씨가 과거 여성 이용자에게 협박성 표현과 금전 요구를 해 이용 제한 조치를 받았던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A씨는 사과와 함께 관련 금액을 반환했고, 운영사는 재발 방지를 전제로 계정을 풀어줬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여성으로 성별을 속여 가입했다가 재차 영구 이용 제한 조치를 당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다른 전화번호를 이용해 제재를 회피하고 재가입한 뒤,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회원의 프로필을 캡처해 올리며 “수상하다”, “심각해 보인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이에 운영사는 A씨의 행위를 '반복적인 운영질서 침해'로 규정하고 1200만 원의 배상금과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통보했다.


"수상하다"는 명예훼손? 의견표현일 뿐, 섣부른 인정은 금물


법률 전문가들은 운영사의 주장이 실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 쟁점은 A씨가 작성한 “수상하다”, “심각해 보인다”는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 이시완 변호사는 "해당 표현은 사실의 적시라기보다 의견 표명에 가까워, 명예훼손보다는 모욕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그마저도 성립 요건이 엄격하다"고 분석했다.


즉, 구체적인 거짓 사실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주관적 느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게시글이 특정 회원을 식별할 수 있었는지, 비방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 부분이 약하면 형사까지 바로 이어지기보다 내부 분쟁이나 삭제 요구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 한 줄에 1200만 원?…'압박용' 배상 요구의 실체


운영사가 요구한 12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배상금 역시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의 장우진 변호사는 "사이트 측의 배상 요구가 법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제시된 것인지, 실제 손해액을 산정한 것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실제 소송이 제기된다면 그때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실제 발생한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운영사가 게시글 하나로 12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김강희 변호사도 "1200만 원 요구는 실제 손해액이라기보다 합의 압박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법무법인 호안 조선규 변호사는 요구 과정에서 협박 등 해악 고지가 결합되면 오히려 운영사 측이 공갈죄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멈추고 증거부터 챙겨라"…초기 대응의 '골든타임'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A씨에게 '신중한 초기 대응'을 주문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운영사 측 통지에 즉흥적으로 답변하거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진술을 남기는 것은 신중하셔야 한다"고 경고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정준현 변호사는 "먼저 감정적 답변을 멈추고 증거 보전부터 하셔야 한다"며 문자, 앱 이용 내역, 게시글 원문 등을 모두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섣불리 일부 사실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순간, 해당 내용이 향후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A씨가 취해야 할 최선의 행동은 운영사와의 추가 연락을 즉시 중단하고, 확보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변호사와 상담해 법적 위험 범위를 점검한 뒤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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