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샀는데 딜러는 '먹튀'…'이사' 직함 믿었다가 돈·차 모두 잃을 위기
중고차 샀는데 딜러는 '먹튀'…'이사' 직함 믿었다가 돈·차 모두 잃을 위기
위탁판매 차량 대금 개인계좌로 받고 잠적한 딜러…상사는 '나 몰라라', 원차주는 '돈 못 받아'…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실전 대응법'

중고차 상사 '이사'의 개인 계좌로 대금을 보냈다가 돈과 차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소비자의 사연이 전해졌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중고차 상사 '이사'의 말만 믿고 수천만 원을 개인 계좌로 보냈다가 차도, 돈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인 소비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잠적한 딜러에 대한 신속한 형사 고소와 함께, '이사' 직함을 사용한 만큼 소속 상사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1월, A씨는 부푼 마음으로 중고차 매매 상사를 찾았다. 마음에 쏙 드는 차를 발견한 A씨는 자신을 '주식회사 ㅇㅇ모터스 이사'라고 소개한 딜러 B씨와 계약을 진행했다.
B씨는 해당 차량이 위탁판매 중인 차량이라며, 차량 대금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했다. 상사의 높은 직함을 가진 딜러였기에 A씨는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
하지만 약속된 명의이전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B씨는 전화기 너머에서 사라졌다. 불안한 마음에 상사에 연락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청천벽력 같았다. "해당 딜러가 도주했다. 딜러 개인 통장으로 거래한 것이라 회사는 도와줄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차량의 원소유주 역시 "딜러에게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명의이전을 거부하는 상황. A씨는 순식간에 돈과 차,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일단 사기죄 고소부터"…전문가들 한목소리
이처럼 황망한 상황에 놓인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지체 없는 형사 고소'가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잠적한 딜러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잘라 말했고, 법무법인 선의 김민후 변호사 역시 "사기죄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구체적인 정황을 짚었다. 그는 "회사 이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고의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위탁판매 차량임을 알리고도 원소유자와 정산하지 않은 채 잠적한 점, 회사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대금을 받은 점 등은 처음부터 사기 목적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즉, 딜러의 행위가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상사 이사' 직함, 책임 회피의 족쇄 되나
상사 측은 '개인 간 거래'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사'라는 직함이 상사의 책임을 묻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딜러의 불법행위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지는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이나,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인 행위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표견대리(상법 제395조)'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딜러가 이사 직함으로 있었다는 점에서 표견대리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며 "회사 이사의 지위를 이용한 거래였으므로, 회사는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 역시 "상법상 이사는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회사 업무와 관련된 거래에서 발생한 책임은 회사에도 귀속된다"며 "이사의 사기행위에 대해 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개인계좌 입금, 불리하지만 끝은 아니다
물론 A씨가 딜러의 개인 계좌로 대금을 입금한 점은 법적 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로 법원은 회사 명의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송금한 경우, 회사와의 직접적인 매매계약 성립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상사 측이 이 점을 파고들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A씨의 패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 변호사는 "딜러가 상사와의 관계가 깊고 이사 직함을 가졌다면, 상사는 딜러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딜러가 상사의 명함을 사용하고, 상사 사무실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등 외형상 회사의 업무 집행으로 보였다면, A씨가 이를 신뢰한 데에 정당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내 돈과 차를 되찾기 위한 '3단계 전략'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A씨가 권리를 되찾기 위해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동시에,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딜러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즉시 경찰에 고소해 신병을 확보하고 범죄 사실을 확정해야 한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딜러 개인은 물론, '사용자 책임' 등을 근거로 상사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피해 금액 회수를 위해 해당 딜러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하고,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실질적인 조치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피해자인 원차주와 접촉해 공동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거나, 대금 지급을 통한 명의 이전 협의를 시도하는 등 다각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복잡한 법리가 얽힌 만큼,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