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갈아입고 또 찔렀다" 징역 30년 의대생: 시체손괴 추가 기소 핵심 쟁점
"옷 갈아입고 또 찔렀다" 징역 30년 의대생: 시체손괴 추가 기소 핵심 쟁점
교제 2개월 만에 혼인신고
학력 상실 두려워 여자친구 살해한 20대
법조계 "사망 인지 시점과 별개의 고의 입증이 추가 처벌의 핵심"

영장실질심사 향하는 강남 여자친구 살해 의대생 /연합뉴스
2024년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 옥상에서 벌어진 끔찍한 비극은 대법원에서 징역 30년 확정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출신으로 서울의 유명 사립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최모(27) 씨가 살인에 이어 '시체손괴'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왜곡된 소유욕과 두려움이었다. 최씨와 피해자는 2024년 2월 교제를 시작해 불과 두 달 만인 4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피해자의 가족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려 했다.
사건 전날 최씨는 피해자와 다투며 "네 아버지가 나를 고소해서 학력을 잃게 될까봐 무섭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에 사실이 알려져 징계를 받고 의대생이라는 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최씨는 결국 살인을 계획했다.
범행은 잔혹했다. 5월 6일 오후, 최씨는 옥상에서 피해자의 경동맥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충격적인 것은 그다음 행동이다. 그는 범행 중간에 상의를 갈아입은 뒤 다시 피해자에게 다가가 목과 얼굴을 2차례 더 공격했다. 숨진 피해자의 몸에서는 총 28곳의 흉기 상흔이 발견됐다.
최씨는 이 사건으로 제적되었고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30년 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 측이 "최씨가 살해와 관계없이 자신의 비정상적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시체를 흉기로 유린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경찰은 최씨가 피해자의 사망을 인지한 후에도 시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해 시체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구체적 범행 의도와 선후관계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돌려보낸 상태다.
'살인'과 '시체손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대중의 눈에는 같은 자리에서 벌어진 연속적인 흉기 난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법의 잣대는 엄격하다. 형법 제161조 제1항에 규정된 시체손괴죄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문제는 살인죄와 시체손괴죄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살인죄는 '살아있는 사람'을, 시체손괴죄는 '사망한 사람(시체)'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살인 목적의 일환으로 흉기를 거듭 휘두른 것이라면 이는 살인죄 하나에 흡수된다. 반면 피해자가 숨을 거둔 것을 확실히 인지한 상태에서, 살인과는 별개의 새로운 의도를 가지고 시신을 훼손했다면 시체손괴죄가 별도로 성립하게 된다.
"옷을 갈아입었다"… 심리적 단절과 고의성을 가를 정황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한 핵심 이유도 바로 이 '사망 인지 시점'과 '독립된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받는 사실관계는 최씨가 최초 공격 이후 '상의를 갈아입고 돌아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피가 묻은 옷을 갈아입는 행위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 냉정을 되찾았음을 시사한다. 이 짧은 시간적 간격은 1차 공격(살인)과 2차 공격(훼손) 사이에 심리적 단절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씨가 상의를 갈아입은 뒤 재차 접근한 행위가 단순히 확인 사살의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유족의 주장대로 비정상적인 감정 표출(시체손괴)을 위한 것이었는지 가려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이미 확정된 징역 30년, 추가 기소는 가능할까?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다시 법정에 세울 수 있는지, 이른바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여부도 중요한 법적 쟁점이다.
만약 최씨의 시신 훼손 행위가 1심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합587 판결)에서 다루어진 살인 공소사실의 일부로 취급되었다면, 이미 기판력이 발생해 추가 처벌을 뜻하는 면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해당 1심 판결문에는 "피해자의 목 부위를 10회 이상 찌르거나 베어 사망에 이르게 하고 그 후에도 얼굴 부위를 수차례 더 찔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수사기관이 법의학적 생활반응 감정(사망 전후의 출혈 양상 차이 분석)이나 혈흔 형태 분석, CCTV 영상을 통한 시간적 단절 등을 통해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범죄'임을 입증해 낸다면 추가 기소가 가능하다.
실제로 대전지방법원(2022고합464 판결)에서는 살인 후 격분하여 시신을 훼손한 피고인에게 살인죄와 사체손괴죄의 실체적 경합을 인정한 바 있으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2023고합27 판결) 역시 살해 후 범행 은폐를 위해 시신을 훼손한 행위를 별도의 사체손괴죄로 처벌했다.
결국 수능 만점이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잔혹한 이면이 추가적인 법적 심판을 받게 될지는, 경찰의 과학수사와 빈틈없는 법리 구성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