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운 남편이 '네 탓'이라며 이혼소송을 건다면, 막을 수 있을까?
바람 피운 남편이 '네 탓'이라며 이혼소송을 건다면, 막을 수 있을까?
과거 파산·사치 등 문제 삼는 남편…변호사들 "가정 지킬 의지 명확하면 방어 가능"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인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가정을 지키고 싶지만, 남편은 오히려 A씨의 잘못을 주장하며 이혼소송을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10년간의 결혼생활 중 경제관념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다툼은 있었지만, 약 1년 6개월 전 말다툼 이후 부부 사이는 더 멀어졌다. 그 사이 남편은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외도를 저질렀다.
자신이 바람을 피웠음에도 남편은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이 났다고 이혼을 요구하는 상황. 유책배우자인 남편의 이혼 청구를 막고 가정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
'네 탓에 파탄'…바람피운 남편의 이상한 이혼 요구
A씨의 남편은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A씨의 잘못을 주장할 태세다. 그가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주장은 다양하다.
▲결혼 전 A씨의 사업 실패로 생긴 빚이 결혼 후 파산으로 이어진 점 ▲과거 남편의 외도 당시 A씨가 위치추적기를 사용했고, 관련 내용을 실수로 단체 대화방에 올린 점 ▲A씨가 상간녀를 찾아가고 상간녀의 배우자에게 남편의 탈세 의혹을 이야기한 점 ▲A씨의 경제관념이 부족하고 사치가 심하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A씨는 남편이 주는 생활비 100만 원 외에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 등 부족한 비용은 대부분 자신이 감당하며 가정을 지켜왔다고 항변한다.
변호사들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원칙적으로 기각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우리 법원에서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A씨가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외도를 한 남편은 혼인 파탄의 주된 유책배우자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A씨가 혼인 유지 의사를 진정성 있게 주장한다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 역시 "남편의 외도가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라면 유책배우자인 남편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스스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데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만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등에는 유책배우자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위치추적기 사용·상간녀 방문…아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
남편이 문제 삼는 A씨의 행동들은 이혼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변호사들은 남편의 외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남편 측은 아내의 위치추적기 사용이나 상간녀 접촉 등을 부각해 부부 쌍방에게 책임이 있거나, 아내가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할 뿐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행동이 가정을 파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부정행위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안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소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선 고재현 변호사는 "위치추적기 사용이나 상간녀와의 만남 등은 배우자의 유책성이 확인된 후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편의 '사치' 주장에 대해서도 방어가 가능하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생활비 100만 원 외에 부족한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며 가정을 유지해 온 내역은 가정을 지켜온 명백한 증거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감정적 대응은 멈추고, '이것'부터 준비해야
변호사들은 지금부터는 감정적인 대응을 멈추고 소송에 대비해 차분히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감정적으로 남편이나 상간녀를 추가 추적하거나 직장·지인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는 행동은 중단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재산·소득자료와 양육자료도 미리 확보하고, 소장을 받으면 답변서 제출기한을 놓치지 말고 변호사에게 즉시 검토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남편과 부정행위를 저지른 상간녀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이는 혼인 관계를 유지할 굳건한 의지가 있음을 재판부에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순례 변호사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 재결합 노력을 많이 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관계 회복을 위한 진정한 노력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종합하면, 남편의 외도 증거와 함께 A씨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기여한 내역, 자녀들을 돌본 자료,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정황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남편의 이혼 청구에 대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