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대기시간을 월급에서 '딱' 빼고 준 사업자⋯법원 판단은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근무 대기시간을 월급에서 '딱' 빼고 준 사업자⋯법원 판단은

2019. 11. 26 15:3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근무 대기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명시하고 임금에서 제외

1심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2심에서는 '유죄' 판단

근로계약서에 휴게 시간을 정해놓고 이를 근로자 급여 삭감 수단으로 악용한 사업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근로자가 작업 대기실에 있는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계산한 사업주가 있었다. 원래는 그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해서 임금을 지불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무죄'라고 보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어 '유죄'로 판단했다.


근로자가 실제로 작업은 하지 않는 대기시간이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다면 휴게시간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월급 적게 주려 근무 대기 시간을 '휴게 시간'으로 써둔 사장님

A(57·여)씨는 창원시에서 건물시설관리용역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다. 그는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에 점심시간 외 하루 휴게시간으로 10:00~10:30, 15:00~16:00 등 총 1시간 30분을 명시했다. 그리고 B씨 등 근로자 3명에게 2015년도 임금을 지급하면서 이들의 전체 근무시간에서 휴게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만 더했다. 이에 대해 B씨 등은 "사업주가 건물 유지보수를 위해 상근근무지에 대기하는 시간을 휴게시간에 포함해 임금을 줄였다"며 A씨를 고소했다.


이에 따라 A씨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무죄' 이유는? "휴게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B씨 등 근로자들이 당시 상주하며 일한 곳이 신축건물이어서 수리보수 필요성이 많지 않았고 △업무강도가 높지 않고 대기 시간이 많은 업무라는 특성상 1시간 30분의 휴게시간 확보가 가능하며 △근로자들의 근무 형태가 연속적이라기보다는 감시·단속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정 등을 종합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유죄' 이유는? "근로자들이 1시간 30분의 휴게시간 존재도 몰랐다"

항소심(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관구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A씨가 근로자의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간주해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A씨에게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 등 근로자들이 평상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 때까지 점심시간 외에는 따로 정해진 휴게시간을 갖지 못했고, 1시간30분의 휴게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다"며 "A씨가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정해 놓은 것은 시급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급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업무가 집중되는 10:00~10:30, 15:00~16:00 시를 전체 근로자 휴게시간으로 부여한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설령 근로자들이 이 시간에 대기하거나 휴식을 취했어도,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기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재판에서 "근로자들의 업무 특성상 재량껏 하루에 1시간 30분은 휴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는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오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휴게 시간'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관리감독 받는다면 쉬더라도 근로시간"

2심 재판부는 판결 때 '휴게시간'에 대한 대법원 해석을 인용했다. 대법원은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 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휴식 시간이나, 대기 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 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