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물 소지 기소유예, 안심했다간…숨겨진 제작 범죄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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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물 소지 기소유예, 안심했다간…숨겨진 제작 범죄의 '덫'

2026. 05. 26 10: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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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범'은 맞지만 양형은 '가중처벌'…기소유예 전력의 역설

아청물 소지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더라도, 그전에 저지른 제작 범죄가 드러날 경우 법적으로는 초범이지만 재판에서는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는다. / AI 생성 이미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 소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그 이전에 저지른 '제작' 범죄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한 남성. 그는 자신이 여전히 '초범'인지 물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초범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재판에선 치명적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기소유예라는 '두 번째 기회'가 어떻게 더 무거운 처벌의 덫이 될 수 있는지 법적 쟁점을 파헤쳤다.


'초범' 딱지는 붙지만…법정에선 '주홍글씨'


최근 아청물 소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 하지만 그에겐 더 큰 불안이 있다. 처분이 내려지기 전 저지른 '아청물 제작' 행위가 아직 사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훗날 제작 건이 드러나면 자신을 '초범'으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그는 '초범'이 맞다. 기소유예는 유죄 판결이 아닌 검찰 단계의 처분이므로 형사처벌 전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는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기에 전과 등 처분이 없는 자에 해당되고, 기소유예는 전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초범이지만 동종 처분 전력은 존재한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 '동종 처분 전력'이 재판에서 미치는 영향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양형 과정에서 기소유예 이력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전과 없는 초범'이라는 법적 지위와 달리, 법원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도 반성 없이 유사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비난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본다. 이는 곧 더 무거운 형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벌금형 없는 '제작죄', 실형 각오해야 하는 이유


A씨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제작'이라는 범죄의 무게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죄는 벌금형 규정 없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형만을 규정한다. 이는 재판에 넘겨지는 '구공판'이 불가피함을 뜻한다.


백창협 변호사는 "아청물 제작 혐의는 벌금형이 없다"고 못 박았고,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도 "구공판으로 진행되어 재판을 받으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종 범죄로 기소유예를 받은 전력은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법원은 작량감경(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줄이는 것)을 통해 징역 3년 이하를 선고해야 집행유예를 고려할 수 있는데, 동종 전력이 있는 중범죄 피고인에게 이런 관용을 베풀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지죄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은 제작죄 재판에서 피고인을 '개전의 정이 없는 재범 위험인물'로 보이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사후적 경합범' 혜택?…법리 오해에서 비롯된 희망


A씨는 소지죄 기소유예가 나중에 드러날 제작죄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후적 경합범'에 해당하는지도 물었다. 사후적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이전에 저지른 다른 죄를 함께 재판했다면 받았을 형량과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 희망은 법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사후적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된 죄'를 기준으로 하는데, 기소유예는 법원의 판결이 아닌 검사의 처분이므로 기준 자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A씨의 소지죄와 제작죄는 별개의 사건으로 다뤄지며, 형량에 대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박성현 변호사는 "사후적 경합범으로도 인정되지 않아 제작 건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A씨는 기소유예 전력으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감수해야 하는 반면, 그로 인한 이익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법적 막다른 길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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