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죽었지만 범인은 없다?…노숙인 2명에 청소년 5명까지 기소됐지만 '전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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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 죽었지만 범인은 없다?…노숙인 2명에 청소년 5명까지 기소됐지만 '전원 무죄'

2026. 08. 24 12:1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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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노숙인 2명, 검찰은 가출 청소년 5명 지목

물증 없는 유도 자백의 비극

법원, 진술 신빙성 부족 인정해 7명 모두 무죄 확정

2007년 수원 여중생 사망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지목한 노숙인과 가출 청소년 7명은 모두 재심과 대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됐다. /셔터스톡

2007년 수원의 한 남자 고등학교 교정에서 10대 소녀가 온몸에 멍이 든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이 지목한 7명의 범인이 법원에서 전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살인 사건의 억울한 희생자는 있지만, 객관적 물증 없이 자백에만 의존한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소로 진범은 영영 찾지 못하게 됐다.


소문으로 시작된 경찰 수사, 자백으로 끝난 옥살이


24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따르면, 사건은 2007년 5월 14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의 한 남고 교정에서 15세 중학생 김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소녀가 노숙인 돈을 훔치다 폭행당했다"는 출처 불명의 소문을 바탕으로 수원역 노숙인 A씨와 B씨를 용의자로 검거했다.


당시 경찰은 객관적인 증거 확보보다 자백에 크게 의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고, 1심에서 징역 7년,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시작했다. 폭행에 가담했다고 지목된 B씨 역시 벌금형을 받고 노역을 치렀다.


돌연 "진범 찾았다"는 검찰…한 사건, 두 무리의 범인


황당한 촌극은 사건 발생 8개월 뒤 벌어졌다.


노숙인 A씨가 복역 중인 상황에서 검찰이 돌연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며 가출 청소년 5명을 새롭게 지목한 것이다. 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 중이던 한 청소년의 제보가 발단이었다.


검찰은 청소년들의 자백을 받아 이들 중 4명을 재판에 넘겼다. 한 사건을 두고 경찰은 노숙인을, 검찰은 청소년들을 핵심 범인으로 지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검찰은 기존 노숙인의 유죄 판결을 바로잡는 대신, 노숙인과 청소년들이 공범이라는 무리한 구조로 공소를 유지하려 했다.


심지어 복역 중이던 A씨가 청소년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나도, 이 학생들도 사건과 무관하다"고 증언하자 검찰은 A씨에게 위증 혐의까지 추가했다.


법원의 일침 "유도된 자백, 증거 안 돼"


재판이 시작되자 청소년들은 일제히 범행을 부인하며 "수사기관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수사기관이 사건 세부 내용을 먼저 알려준 뒤 답을 유도한 정황이 조사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범행을 뒷받침할 CCTV나 지문 등 객관적 증거는 전무했다. 결국 청소년들은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는 2010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청소년들의 무죄가 확정되자 옥살이를 하던 노숙인들도 행동에 나섰다. 이들 역시 경찰 폭행과 두려움 때문에 거짓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2년 A씨의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듬해 B씨 역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억울한 누명, 남겨진 책임


검경이 지목한 7명이 모두 무죄를 받으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법원은 위법한 수사로 억울하게 구금된 청소년들에게 약 1억 원의 국가 배상을, 노숙인 A씨에게는 1억 3100만 원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당시 수사 기준이었던 상해치사죄의 공소시효(7년)가 2014년에 이미 만료됐다. 지금 누군가 폭행 사실을 자백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으며, 새로운 증거로 명백한 살인의 고의가 입증되어야만 살인죄로 수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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