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물에 빠지자 방관한 삼촌, 김밥 먹다 죽은 폭행 피해자⋯커뮤니티 강타한 판결들
조카 물에 빠지자 방관한 삼촌, 김밥 먹다 죽은 폭행 피해자⋯커뮤니티 강타한 판결들
"내 상식과는 다른데?"
판결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조폭에게 구타당해 입원한 피해자가 김밥과 콜라를 먹다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면,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물을 수 있을까.
현실은 때론 영화보다 더 기구하고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법원은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엄격한 법리적 잣대를 들이댄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같은 실제 형사 사건들이 재조명되며 화제를 모았다.
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일반인의 상식과 법의 판단이 부딪히는 흥미로운 형사 사건 7가지를 되짚어봤다.
1. 조폭에게 구타당해 입원 중 김밥 먹고 사망한 피해자
조직폭력배들이 호실을 착각해 무고한 피해자를 흉기로 구타했다. 급성신부전증으로 입원한 피해자는 병상에서 김밥과 콜라를 먹은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조폭들은 "김밥을 먹은 피해자 탓"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살인(상해치사)죄가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입원 중 의학적 주의사항을 모르고 음식을 섭취해 사망하는 것은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사정"이라고 봤다.
구타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 중대장 아내 부름에 관사 나간 당번병
군대 내 당번병 A씨는 중대장 아내의 전화를 받고, 중대장의 허가 없이 관사를 이탈해 마중을 나갔다. 헌병대는 이를 무단이탈(탈영)로 봤다.
결론은 무죄였다. A씨는 중대장 아내의 요청을 평소와 같은 정당한 심부름으로 오인했다. 법원은 이를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로 봤다.
중대장의 묵시적 허가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탈영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3. 저수지에 빠진 10살 조카 지켜만 본 삼촌
삼촌 A씨는 10살 조카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저수지로 유인했다. 조카가 스스로 미끄러져 물에 빠지자, A씨는 구조하지 않고 방치해 조카를 익사하게 만들었다. 직접 밀지 않았으니 살인이 아닐까.
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보호능력이 없는 조카를 익사 위험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 피고인은 구조해야 할 보증인적 지위가 있다"고 판시했다.
스스로 위험을 만들고 구조를 고의로 방치했기에 직접 살해한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4. "친해지면 응할게" 피해자 애원에 성폭행 멈췄지만⋯
B씨를 성폭행하려던 A씨는 "다음에 친해지면 응해주겠다"는 B씨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 범행을 멈춘 뒤 집에 데려다줬다. A씨는 스스로 범행을 멈췄으니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법원은 중지미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간곡한 부탁이 범행을 가로막는 사회통념상의 장애물이 아니라고 봤다.
즉, 피고인이 스스로 범행을 멈춘 자발성이 인정된다며 형을 의무적으로 깎아줘야 하는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눈길을 끌었다.
5. 강도 모의 현장서 "어?" 한마디만 한 주동자
강도 모의를 주도한 A씨. 막상 범행 현장에서는 다른 공모자들이 먼저 피해자를 쫓아가자 "어?"라고만 한 뒤 200m 떨어진 곳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A씨는 자신은 범행에서 빠졌다고(공모관계 이탈) 주장했다.
법원은 강도상해죄의 공동정범(함께 범죄를 저지른 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공모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자가 이탈을 인정받으려면, 범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등 실행에 미친 영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뒤따라가지 않은 것만으로는 범죄에서 손을 뗐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6. 도둑에게 드라이버 쥐여주며 "열심히 해라" 격려한 장물아비
절도범들에게 상습적으로 장물을 사들이던 A씨가 도둑들에게 드라이버를 사주며 "열심히 일을 하라"고 격려했다.
법원은 A씨에게 절도교사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종전에 하던 절도를 계속하면 장물을 사주겠다"는 취지이므로 명백한 범죄 교사라고 판단했다.
도둑들이 이미 도둑질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A씨의 부추김이 원인이 되어 실행에 나섰다면 교사범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7. 경찰 공문 믿고 대학생 손님 받은 클럽, 억울한 사장님
디스코클럽을 운영하던 A씨는 "18세 미만자와 고등학생만 단속한다"는 경찰 공문을 믿고 18~19세 대학생들의 출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당시 미성년자보호법상 만 20세 미만은 모두 출입 금지 대상이었다.
결론은 유죄였다. 흔히 "경찰이 당장 단속 안 한다고 했으니 법을 어겨도 되는 줄 알았다"며 억울해할 수 있지만, 법원의 잣대는 냉정했다.
법원은 이를 형벌을 면해줄 수 있는 정당한 착각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법이 뭔지 몰랐던 법률에 대한 무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경찰 공문은 경찰 내부의 단속 지침일 뿐, 공식적인 법 해석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즉, 진짜 법률 규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단속 기준표만 믿고 영업한 것은 단순히 법을 몰랐던 것에 불과하므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판례를 두고 학계에서는 "국가기관인 경찰의 공문을 믿은 국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