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준다는 새 주인, '등기부터 말소해달라'는데…잘못하면 돈 뺏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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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준다는 새 주인, '등기부터 말소해달라'는데…잘못하면 돈 뺏길까?

2026. 08. 20 10:5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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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압류까지 마쳤는데 나타난 매수자…원금만 주겠다며 협상 요구

전세금 미반환으로 임차권등기를 한 임차인에게 새 주인이 지연이자를 뺀 원금만 주겠다며 등기 선말소를 제안했다. / AI 생성 이미지

1년 넘게 못 받은 전세 보증금. 임차권 등기에 지급명령, 채권 압류까지 온갖 법적 절차를 다 밟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새 주인이 보증금을 주겠다며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바로 연 12%에 달하는 지연이자는 빼고 원금만 받되, 임차권 등기부터 말소해 달라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5월 계약이 끝났지만, 법인인 임대인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쳤고, 지급명령과 채권 압류 및 추심, 특별 현금화 명령까지 진행했다.


최근 이 법인을 인수하려는 매수자 B씨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B씨는 A씨를 포함해 임차권 등기를 마친 세입자 4명과 협의하고 싶다고 나섰다. 원금은 줄 생각이 있지만, 그동안 쌓인 지연이자는 깎으려는 눈치다.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돈을 받은 뒤에 생길 문제다. 만약 B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보증금을 받고 임차권 등기를 말소했는데, 이후 B씨의 법인 인수 계약이 무산되면 어떻게 될까. 이미 받은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


'돈 먼저, 말소는 나중'…동시이행이 철칙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보증금 전액을 확실히 받은 후에 임차권 등기를 말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증금 반환과 등기 말소를 동시에 이행하거나, 돈을 먼저 받는 것이 철칙이라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 의무보다 먼저 이행돼야 할 의무(선이행의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돈을 완전히 수령한 것이 확인된 후에만 임차권등기 등기를 말소해야 한다"며 "지급 완료를 조건으로 임차권등기 말소에 협력한다는 조건부 의무 구조로 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 역시 "임차권등기를 먼저 풀어주는 구조는 위험하다"며 "현금 입금 확인과 동시에 말소 서류를 교부하거나, 최소한 공증된 약정이나 에스크로에 준하는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호평 배성환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법무사에게 해제신청서와 위임장을 맡겨 두고 입금 확인 후 즉시 접수하게 하거나 은행에서 동시이행 형태로 처리하는 방법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무산돼도 반환 불가' 특약으로 안전장치 마련해야


A씨가 가장 우려하는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필수적이다. 변호사들은 합의서에 명확한 특약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솔루션 송원호 대표변호사는 "합의서에 '본 합의금은 지급과 동시에 확정적으로 귀속되며, 이후 임대인 법인의 매매·양수도 계약이 해제·무효·취소되는 등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은 수령한 금원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을 명확히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이는 매수자 개인 자금으로 임대인의 기존 채무를 대신 갚는 제3자 변제의 성격을 확정지어, 나중에 매수 절차가 틀어지더라도 이미 끝난 변제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장치"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도 "반드시 보증금 전액을 입금받은 후에 임차권등기 말소 서류를 교부하는 동시이행 방식으로 진행하고, 합의서에 매수 절차가 무산되어도 수령한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특약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급명령까지 받았다면 '지연이자' 포기할 필요 없어


A씨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세입자 3명과 달리 지급명령까지 받아 둔 상태다. 이는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지점이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서 A씨는 원금뿐 아니라 연 12%의 지연이자까지 법적으로 보장받는 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수자 B씨가 원금만 주겠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일 법적 의무는 없다.


송명호 법률사무소의 송명호 변호사는 합의서에 '보증금 원금 및 지연이자 등 지급액의 확정 및 지급 기한'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지헌 임대환 변호사도 "'원금 수령으로 모든 채권 포기' 같은 문구는 지연이자, 집행비용 포기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가 그동안 들인 지급명령 신청비용, 압류·추심명령 신청비용 등도 합의금에 포함해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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