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승소한 사실을 알리는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단 판결 취지를 '왜곡'하는 건 문제다
재판에서 승소한 사실을 알리는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단 판결 취지를 '왜곡'하는 건 문제다
병원 상대로 일부 승소한 사실을, 일부 승소했다고 알렸다⋯문제 X
그런데 판결 취지와 반대되는 내용을 주장했다⋯문제 〇
망법상 명예훼손, 형법상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A씨가 법원에서 일부 승소한 것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 혐의에 대해서였다. 심지어 2심에서는 그 부분도 "문제 없다"고 밝혀졌고, 수술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법원은 봤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공개하며 판결 취지와 반대되는 글을 올린 A씨.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의료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가 올린 글만 보면, 병원이 잘못한 게 맞는 것 같았다. A씨는 SNS 등에 그 '증거'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 이겼다"는 글을 올렸다. 승소 판결문까지 받아냈다는 걸 보니 맞는 말처럼 보였다.
하지만 병원 측은 황당하고 억울하다. A씨가 법원에서 일부 승소한 것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 혐의(수술동의서에 환자 A씨의 서명이 누락 부분)에 대해서였다. 심지어 2심에서는 그 부분도 "문제 없다"고 밝혀졌다.
수술에도 문제가 없었다. 법원 역시 "병원이 수술을 잘못했다"는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공개하며 판결 취지와 반대되는 글을 올린 A씨. 병원명과 병원장의 이름까지 특정한 글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이런 A씨를 형사 고소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문의했다.
변호사들은 A씨의 행동을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했다.
①A씨는 "병원을 상대로 승소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②하지만 판결 취지와 다르게 "병원의 수술이 잘못한 게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행동 ①에 대해서는 "문제 삼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단 허위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처벌 대상이긴 하지만, 해당 내용 자체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선린의 주명호 변호사는 "일부 승소한 사실을 알린 것은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보인다"고 밝혔고 했다. 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승소 사실이)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로앤피플의 정동운 변호사는 "(A씨가 승소했다며 올린 내용이) 사실이라도 병원 측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내용이 있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라면서도 "다만,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산성 법률사무소의 전홍관 변호사도 "일부 과장된 표현만으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판례가 있다"면서 위 의견에 동의했다.
전 변호사가 언급한 판례는 지난 2014년 판례다. 당시 대법원은 "전체 사실에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으로 합치된다면, 세부적으로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행동은 ①에서 그치지 않았다. 판결 취지를 왜곡하고, 오히려 "병원이 수술을 잘못한 게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변호사들은 "A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게 맞는다"며 "두 가지 죄가 성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❶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였다. 비방의 목적으로, SNS라는 공연한 곳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병원명까지 밝혔으므로 특정 병원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❷형법상 업무방해죄도 성립된다고 했다. 역시 허위사실을 유포해 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책임이다.
처벌 수위는 ❶이 더 무겁다.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고광욱 변호사는 "판결문에 제시되지 않은 사유를 거론하며 치료가 잘 못 되었다는 등의 발언을 할 경우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도 "사실과 달리 마치 병원 측의 과실로 인해 수술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A씨의 행위는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수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물론 업무방해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 역시 "A씨가 병원명과 병원장의 이름까지 특정했으므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