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친구 걱정돼 112 신고까지 했는데…다음 날 돌아온 건 친구의 폭행 신고였다
만취 친구 걱정돼 112 신고까지 했는데…다음 날 돌아온 건 친구의 폭행 신고였다
친구 걱정해 112 신고했는데 피의자로
변호사들의 엇갈린 해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악몽이 됐다. 남성 A씨는 지난 3월 1일 새벽, 만취 상태에서 친구와 언쟁을 벌인 후 폭행 피의자로 몰리는 상황에 처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친구와 집 방향이 같아 택시를 탔다는 사실과, 새벽 3시경 친구 집 근처 대로변에서 친구가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뿐이다.
A씨는 넘어진 친구를 도우려 했지만 거부당했고, 오히려 욕설을 들었다. 취한 친구가 걱정됐던 그는 112에 "친구가 집에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어 도움 요청"을 했다.
경찰로부터 친구가 무사히 귀가했다는 확인을 받고서야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음 날 친구는 "네가 날 넘어뜨려 머리를 다쳐 병원 다녀왔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친구는 경찰에 A씨가 자신을 다치게 했다는 경위서까지 제출한 상태였다. A씨는 자신이 확보한 CCTV에는 친구를 돕는 모습이 찍혀있다고 주장했다.
"밀쳤나 보다" 섣부른 사과 vs "도와주세요" 112 신고
당황한 A씨가 친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는 이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친구가 다쳤다는 말에 그는 "정말 기억이 안 났고 다친 걸 인지 못했다"며 "밀쳐 넘어졌나 보다"라고 답장했다. 변호사들은 이 섣부른 추측성 사과가 법적으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경찰 조사 출석 시, 해당 발언은 범행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다쳤다고 하여 도의적인 차원에서 추측하여 사과한 것임을 분명히 소명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그가 직접 건 112 신고 전화는 억울함을 풀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A씨가 직접 경찰에 전화해 친구의 안전 확인을 요청한 사실은, 상대를 해치려 한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 했다는 아주 강력한 무죄 정황이 된다"고 분석했다.
'무혐의'냐 '기소유예'냐
법률 전문가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힐 가장 중요한 증거로 CCTV 영상을 꼽으면서도, 대응 전략에 있어서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넘어지는 순간이 담긴 CCTV 확보가 무혐의 주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가장 시급한 것은 친구가 넘어지는 순간이 담긴 CCTV를 신속히 확보하는 것. 영상 보존 기간이 짧으므로 지금 당장 택시 하차 지점 인근의 방범 CCTV 및 상가 CCTV 확보를 요청하셔야 한다"고 긴급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선 박성욱 변호사는 "맹목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을 취하게 되면 실제로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무조건적인 부인 전략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과가 없는 초범이면 기소유예라고 하는 선처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혐의 인정 + 합의 + 재범 예방 노력이 없으면 기소유예는 물건너 간다"고 강조했다.
폭행죄와 상해죄, CCTV 속 진실에 달린 운명
이 사건은 CCTV 영상 내용에 따라 적용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친구의 상해 진단서가 제출되면 단순 폭행이 아닌 상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지만, 상해죄는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될 수 있다.
결국 CCTV 영상에서 고의로 밀치는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혐의없음' 처분을 기대할 수 있다.
설령 신체 접촉이 있었더라도, 고의가 없는 부축 과정에서의 실수였다면 과실치상죄가 검토될 수 있는데, 이 역시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