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노면파손 손해배상 청구, 초기 증거 확보가 승패 가른다
고속도로 노면파손 손해배상 청구, 초기 증거 확보가 승패 가른다
도로 관리 부실 입증이 승패 갈라
블랙박스 확보 및 정보공개청구 등 초기 대응 필수

고속도로 포트홀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사고 즉시 블랙박스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도로 관리자의 관리 소홀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승패를 가른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나타난 노면 파임, 이른바 '포트홀'을 밟아 차량의 타이어와 휠 등 하부가 심각하게 파손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피해 운전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로 관리 주체에 전액 손해배상을 요구하지만, 관리자 측은 "수시로 순찰했으나 사고 직전 발생한 파손이라 즉시 보수할 수 없었다"며 책임을 부인하기 일쑤다.
나아가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을 지적하며 배상 비율을 낮추려 들면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두고 운전자와 도로 관리청 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것이 전형적인 갈등 양상이다.
"피할 수 없는 함정" 포트홀, 관리자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기본적으로 고속도로 노면 파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과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도로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공작물 점유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100%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1997. 4. 22. 선고 97다3194 판결)은 도로의 위치, 구조, 교통량, 사고 당시의 교통 사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하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관리자가 도로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수리비 전액 보상? 법원의 판단은 '이것'에 갈렸다
실제 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관리자의 방치 여부와 운전자의 과실 비율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광주지방법원(2025. 9. 24. 선고 2025나31765 판결)은 노면 파임으로 차량 앞바퀴와 휠이 파손된 사고에서 "피고가 발견 즉시 보수할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통행을 제한하거나 안내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관리자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1. 6. 23. 선고 2020나54502 판결) 역시 상당한 크기의 포트홀이 방치된 점을 들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로 판단했다.
반면, 도로 관리자의 책임이 부정되거나 크게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인천지방법원(2016. 4. 26. 선고 2015나59283 판결)은 교량 연결부 덮개가 노면에 장시간 방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객관적으로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책임을 묻지 않았다.
또한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2019. 12. 19. 선고 2018가합6143 판결)은 오토바이 포트홀 사고에서 운전자가 전방 주시 및 조향 장치를 적절히 조작했다면 사고를 피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도로 관리자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기도 했다.
억울한 수리비 떠안지 않으려면…사고 직후 반드시 챙겨야 할 행동
결국 포트홀 사고에서 정당한 배상을 받으려면, 피해자인 운전자가 도로의 보존상 하자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사고 직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이유다.
첫째, 현장 보존과 객관적 증거 확보다.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차량을 이동시킨 뒤, 포트홀의 크기(가로, 세로, 깊이)와 위치를 다각도에서 촬영해야 한다.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 당시의 불가피성(선행 차량의 움직임, 회피 불가능성 등)과 충격 정도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수리 시에는 공식 정비업체의 견적서와 파손 부위의 상세 사진을 남겨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둘째, 도로 관리 실태에 대한 역추적이다. 단순 현장 증거를 넘어 도로 관리자의 과실을 묻기 위해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고 발생 전후의 도로 순찰 일지, 이전 민원 접수 내역, 포트홀 보수 기록 등을 확보하면 관리청의 직무 유기를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증거보전절차의 활용이다. 포트홀은 도로 관리청이 즉시 땜질식 보수를 해버리면 사고 원인의 형태가 영구적으로 멸실될 위험이 있다.
소송 전이라도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해 현장 상황을 공식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라면 국가배상심의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소멸시효(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철저한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