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했더니 돌아온 건 "내 차 걱정"뿐…이제라도 뺑소니로 처벌하고 싶습니다
선처했더니 돌아온 건 "내 차 걱정"뿐…이제라도 뺑소니로 처벌하고 싶습니다
변호사들 "경찰 신고로 사과 요구가 현실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점심을 먹으러 골목길을 걷던 A씨의 어깨를 뒤따르던 카니발 차량의 사이드미러가 툭 쳤다. 순간 불쾌감이 치밀었지만, A씨는 본능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차량 번호판부터 찍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60대 여성 운전자의 얼굴을 본 순간, A씨의 마음은 누그러졌다. 어릴 적 할머니 손에 자란 기억이 떠올라, 차마 어르신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A씨는 "아, 그냥 가세요"라며 손짓으로 운전자를 보냈다.
하지만 운전자는 고맙다는 인사 대신, A씨의 관용에 찬물을 끼얹는 한마디를 툭 던지고 사라졌다. "아이고, 사이드미러 안 망가져서 다행이지…" A씨에 대한 걱정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오직 차의 안위만을 챙기는 그 태도에, A씨가 베풀었던 배려는 순식간에 모멸감으로, 곧이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다.
"내 차 걱정이 먼저"…법은 처벌하지 못한다
분노에 휩싸인 A씨는 곧장 운전자를 뺑소니로 신고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사람을 치고도 사과 없이 차만 걱정한 채 현장을 떠난 운전자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안타깝게도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뺑소니가 성립하려면 사고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명확한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A씨 스스로 "벽에 어깨를 부딪힌 정도"라고 할 만큼 충격이 경미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선처 "가세요", 운전자에겐 '면죄부' 됐다
설령 진단서를 통해 상해를 입증한다 해도, 또 다른 거대한 산이 A씨를 가로막는다. 바로 A씨가 직접 건넨 "그냥 가세요"라는 한마디다.
뺑소니는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려는 고의가 입증되어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운전자는 사고 후 즉시 도망가지 않고 차를 세워 A씨의 상태를 살폈다. 이는 법적으로 '사고 처리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여기에 피해자 A씨가 먼저 용서의 뜻을 밝힌 점은 운전자에게 가장 강력한 방패막이 됐다. 법무법인 YK 동탄분사무소
김경태 변호사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허락 하에 현장을 떠난 것이므로, 이를 법적인 '도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운전자의 언행이 도의적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형사 처벌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형사처벌 안 된다면?
그렇다면 A씨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걸까? 변호사들이 제안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A씨가 찍어둔 차량 번호판 사진을 근거로 경찰에 사고 사실을 정식으로 접수하는 것이다.
이는 형사 고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운전자를 특정해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만약 뒤늦게 통증이 발생해 병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 치료비 등을 협의하기 위한 절차다.
만약 운전자가 사과를 거부하거나 협의가 결렬된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 다만, 피해가 경미하고 A씨가 "가라"고 말한 정황이 있어 소송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