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많은 회복적 경찰활동…법제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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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많은 회복적 경찰활동…법제화 필요하다

2022. 09. 01 15:2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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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포함한 검찰・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은 피해자의 마음에 관심이 없다. 현재의 형사사법 체계가 가해자에 초점을 두는 "응보적 정의"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매일 수많은 범죄피해자가 경찰서를 방문한다. 강력범죄, 절도, 학교폭력, 가정폭력, 보이스피싱 등 그 사연들도 제각각이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먼저 하는데, 사건에 따라 조사내용이 각기 다르지만 마지막에 던지는 질문은 같다.


"가해자 처벌을 원하십니까?"


경찰이 피해자의 마음을 묻는 질문은 사실상 이 질문이 유일하다. 실제 대부분의 피해자는 "처벌을 원한다"고 응답하는데, 과연 모든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일까? 아니, 정말 가해자의 처벌만을 원하는 걸까? 경찰서를 찾는 피해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특히, 가정・학교・이웃 등 우리 사회 공동체 내 갈등에서 촉발된 사건의 경우 이러한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기가 어렵다. 사춘기 아들에게 폭행을 당한 부모가 원하는 게 아들의 처벌일까? 같은 반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가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원하는 게 그 친구의 처벌일까?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으로부터 욕설 섞인 협박을 받은 피해자가 원하는 게 그 이웃에 대한 처벌일까? 처벌 뿐일까?


사실 경찰을 포함한 검찰・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은 피해자의 마음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누가 가해자인지, 가해자가 죄를 지었는지 아닌지, 그 죄가 형법상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유죄인 경우 어떠한 처벌이 합당한지를 가리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현재의 형사사법 체계가 가해자에 초점을 두는 "응보적 정의"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이 가해자 처벌로 종결이 되어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허무한 경우가 많다. 원하는 만큼 처벌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가해자가 벌금을 내거나 징역을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피해자의 고통이 감경되거나 범죄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처벌을 받은 가해자가 "너 때문에 전과자가 됐다" "죗값은 다 치렀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나타나 피해자가 재차 고통을 받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폭행 등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가해자 처벌(63%)'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으로부터 폭행 등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에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질문을 바꾸었더니 '가해자 처벌(33%)' 못지않게 '진심 어린 사과(29%)', '재발 방지 다짐(27%)'가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사건 유형에 따라, 또는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형사사법기관은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두고 있으니 실제 현실에서 피해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응보적 형사사법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두된 개념이 회복적 정의다.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응보적 형사사법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두된 개념이 '회복적 정의'다.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둔다. 가해자가 책임을 지는 방향도 국가보다는 피해자를 향하고, 사법기관을 포함한 공동체가 피해자가 범죄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돕는다. 2000년 들어 UN에서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형사사법 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표하였고, 국내에서도 많은 논의 끝에 검찰의 형사조정, 법원의 화해권고 등 제도가 법제화되기도 하였다.


사실 이러한 회복적 정의는 경찰 단계에서 실현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어떤 사안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심화되고 고착화되기 마련이며, 사건 발생 초기 진솔하게 서로의 입장을 나누고 사과든 보상이든 제공하여 사안을 마무리하여야 가해자도 피해자도 마음 편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2019년부터 회복적 경찰활동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층간소음 등 공동체 내에서 다툼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대화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한다. 이러한 대화 방식은 뉴질랜드 원주민들이 부족 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둥글게 둘러앉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듣고 해결하는 방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4년간의 회복적 경찰활동 사례를 통해 볼 때 그 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가정 구성원 간 갈등에서 비롯된 가정폭력, 같은 학교 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매우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층간소음・주차갈등 등 이웃 간 범죄에 있어서도 제법 위력을 발휘한다.


한 번은, 윗집을 상대로 아랫집에 사는 형제 중 한 명이 엘리베이터에서 "한 번만 더 시끄럽게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여 사건이 접수된 적이 있었다. 협박죄로 사건처리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겠으나 그래봐야 모녀의 불안은 더 커질 것이고 형제의 불만은 더 쌓여 갈게 분명했다. 더 큰 사건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경찰은 양측에 회복적 경찰활동을 소개하였다.


모녀는 그간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 매트를 깔고 슬리퍼를 신는 등 노력해 왔는데 아랫집 항의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급기야 무서운 협박까지 당하자 사건 이후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게 됐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였다. 눈물까지 흘리며 얘기하는 피해자를 보고 형제들은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하였으며, 트럭 운전 일을 하다 보니 낮에 자고 밤에 일을 나가야 해서 소음에 예민했다며 용서를 구했다. 양측은 대화를 통해 층간소음과 관련한 행동수칙을 정하였고 그 이후 양측 모두 약속을 잘 이행하여 추가적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설문조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90% 이상이 회복적 경찰활동 과정과 결과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경찰청 블로그 캡처
설문조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90% 이상이 회복적 경찰활동 과정과 결과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경찰청 블로그 캡처


21년 회복적 경찰활동 사건은 총 1188건 접수되었으며, 이 중 955건에 대해 회복적 대화모임이 이루어졌다. 955건 중 874건(92%)이 상호간 원만하게 조정되었으며 4개월간 모니터링 한 결과 재발한 경우도 없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설문조사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90% 이상이 회복적 경찰활동 과정과 결과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매년 회복적 경찰활동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사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사건 하나를 해결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회복적 경찰활동 1건당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4시간 이상이다. 전문가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먼저 각각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후에 함께 모여 본모임을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좋지만, 현장 경찰 입장에서는 인력과 시간 면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회복적 경찰활동 제도가 아직 법률에 반영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작년에 경찰수사규칙(행안부령)과 범죄수사규칙(훈령)에는 그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하지만 형사조정이나 화해권고와 같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현장 이행과 예산 확대 등 제도 뒷받침에 한계가 있다.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학교폭력, 이웃간 분쟁 등은 경찰 입장에서 큰 사건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국민들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일상을 위협하고 불안케 한다.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사건처리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찰은 작년 국가수사본부 출범과 함께 '국민중심 책임수사'를 천명하고 '피해자보호와 피해회복'을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그 실천은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취임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슬로건, '국민이 신뢰하는 안심 공동체' 역시 회복적 경찰활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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