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 들고 '죽이겠다'… 멍 없어도 남동생은 '가정폭력범'입니다
식칼 들고 '죽이겠다'… 멍 없어도 남동생은 '가정폭력범'입니다
홈캠에 잡힌 폭언·폭행, 법률 전문가들 '명백한 중범죄, 실형 가능'… 고소 후 보복 막는 '접근금지' 신청 필수

법률 전문가들은 2년간 남동생의 식칼 위협 등을 겪은 가족에게 신체적 상처가 없어도 가정 폭력 범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2년간 이어진 남동생의 폭력, 식칼 위협과 살해 협박에 떨던 가족이 법의 문을 두드렸다.
2023년부터 한 여성의 남동생은 가족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어머니의 물건을 부수고, 식칼로 매트리스를 찢는 것으로 시작된 폭력은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급기야 “찔러죽이겠다”, “외할아버지도 죽이겠다”는 살해 협박과 함께 어머니를 “창녀”라 부르는 폭언, 가족을 밀치는 폭행으로까지 번졌다. 눈에 보이는 멍이나 상처는 없었지만, 가족의 마음은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결국 피해자인 누나는 홈캠 영상과 녹음 파일 등 2년간의 기록을 들고 법적 대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상처가 없어도 고소가 가능한지, 고소 후 닥쳐올 보복은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함 속에 던진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녀” 폭언, 식칼 위협… 멍 없어도 '범죄'입니다
가장 큰 고민은 ‘상처 없는 폭력’도 죄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가정폭력 범죄’라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진배 변호사는 “가정폭력은 폭행, 상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협박, 재물손괴, 모욕 등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식칼로 물건을 찢은 행위는 ‘재물손괴죄’, “찔러죽이겠다”는 협박은 ‘협박죄’, 어머니를 향한 욕설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 피해를 모두 가정폭력으로 규정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흉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미 법리적으로는 중범죄”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피해자가 모아둔 홈캠 영상, 폭언 녹음,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이 모든 범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된다.
고소 후 보복이 두렵다면? '임시조치'가 방패
피해자가 고소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보복의 두려움’이다. 한집에 사는 가해자가 수사 사실을 알게 되면 더 큰 폭력을 휘두를지 모른다는 공포다. 하지만 법은 피해자를 보호할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소와 동시에 ‘임시조치’나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하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법원의 결정으로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주거지에서의 퇴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휴대전화·이메일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이 가능하다. 경찰 단계에서도 긴급을 요할 경우 ‘긴급임시조치’를 통해 가해자를 즉시 분리할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고소장 제출 시 임시조치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좋다”며 “여성긴급전화 1366이나 가정폭력상담소를 통해 쉼터에 입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솜방망이 처벌'은 옛말… 흉기 사용은 '실형' 부른다
“가정폭력은 처벌이 약하다던데”라는 통념은 이번 사안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물론 초범이거나 피해가 경미한 경우, 형사처벌 대신 상담이나 사회봉사 등을 명하는 ‘보호처분’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흉기를 사용한 협박이 동반되고 폭력의 수위가 높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기현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동생에 대한 엄벌을 탄원할 경우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가정보호사건’으로 가볍게 처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적인 폭언과 협박, 재물손괴가 결합된 만큼 재판부가 재발 위험성을 높게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2년간 이어진 지옥 같은 시간을 끝내기 위한 첫걸음은 피해자의 고소 의지에 달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더 심각한 상황이 오기 전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즉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뒤의 폭력은 더 이상 ‘가족의 일’이 아닌, 법의 심판이 필요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