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압수한 사기꾼의 가상자산, 민사소송 이기면 돌려받을 수 있나요?
검찰이 압수한 사기꾼의 가상자산, 민사소송 이기면 돌려받을 수 있나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 범인 재산 묶였지만 회수 절차 몰라 막막…'환부'와 '소송' 무엇이 먼저일까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민사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검찰이 추징보전한 재산에서 직접 돌려받을 수 없다. /AI 생성 이미지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 A씨는 최근 검찰의 보도자료를 통해 범죄 조직원들의 가상자산 등에 대해 추징보전이 청구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범인들이 잡히고 재산까지 확보됐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정작 피해금을 어떻게 돌려받아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앞서 A씨는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현재는 검찰에 '범죄피해재산 환부' 의견서를 제출해 둔 상태다. 1심 판결은 나왔지만, 항소 가능성도 남아 있다.
A씨는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검찰이 확보한 가상자산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검찰의 환부 절차와 민사소송 중 무엇을 먼저 진행해야 유리한지 등을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민사소송 이겨도, 추징보전된 재산에 직접 강제집행은 '불가'
결론부터 말하면, 민사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검찰이 추징보전한 재산에서 곧바로 돈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 변호사들은 추징보전된 재산은 민사집행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검찰이 추징보전한 가상자산은 국가의 보전처분이므로, 민사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직접 강제집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징보전은 국가가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해 재산을 묶어두는 형사 절차상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의 한대섭 변호사 역시 "추징보전은 형사상 몰수·추징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검찰의 환부 절차를 통해 배상받는 것이 실무적으로 훨씬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즉, 민사소송 승소 판결의 효력은 가해자의 '다른 개인 재산'에 미칠 뿐, 국가가 이미 확보한 추징보전 재산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피해금 회복의 두 갈래 길…검찰 '환부 절차'와 '민사소송'
그렇다면 A씨가 피해금을 돌려받을 길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크게 검찰의 '환부 절차'와 개인적인 '민사소송' 두 가지를 제시했다.
환부 절차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진행된다.
형사재판이 확정돼 범죄조직의 재산이 최종적으로 몰수·추징되면, 검찰이 이 재원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다수 변호사들은 검찰이 이미 재산을 확보한 이 사건에서는 환부 절차가 가장 효율적인 회복 수단이라고 봤다.
반면 민사소송은 가해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가해자들의 숨겨진 추가 재산을 확보하거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절차는 서로 별개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민사소송과 검찰의 환부 절차는 서로 배타적인 절차가 아니므로 병행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환부받고 또 배상받고…'중복 수령'은 불가능
만약 두 절차를 모두 진행해 각각 돈을 받게 되면 중복해서 수령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 한쪽에서 돈을 받으면 다른 쪽 절차에서 그 금액만큼 공제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환부로 일부 금원을 받은 뒤 민사에서도 승소한 경우, 동일한 손해에 대한 이중 전보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환부받은 금액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법적으로도 정해져 있다. 부패재산몰수법 시행령은 피해자가 이미 손해배상을 받은 금액은 환부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한다. 결국 두 절차를 합쳐 실제 피해액을 초과해 받을 수는 없는 구조다.
'언제, 무엇부터'가 관건…'병행하되 전략적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두 절차를 병행하되, 형사재판 진행 상황에 맞춰 시점과 순서를 정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사소송 제기 시점과 관련해서는, 형사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제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다만 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가 임박했다면 즉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두 절차의 장단점을 모두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이 사건의 회수 여부를 가르는 것은 추징보전 재산의 확정 시점에 맞춰 민사와 환부 절차의 순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라며 "언제 무엇을 먼저 두어야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 또한 "민사소송 제기 시점과 환부절차 진행 순서를 잘못 잡으면 이중 절차 비용만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며 전문가와 함께 전체 회수 전략을 점검할 것을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