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안 나서…” 법정서 눈물 흘린 피해자 두 번 죽인 그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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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안 나서…” 법정서 눈물 흘린 피해자 두 번 죽인 그 한마디

2025. 12. 18 15: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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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기 재판 증인의 '선택적 기억상실' 논란…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한 '거짓말 입증' 3가지 열쇠

법정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위증죄를 피하려는 현실과 그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부동산 사기 사건의 피해자 A씨는 법정 증인석에 앉은 '공모자'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제 기억으로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명백한 거짓말이었지만, 증인은 '주관적 기억'이라는 방패 뒤에 숨었다. 분노한 A씨가 그를 위증죄로 고소하자, 수사관은 “기억에 대한 증언이라 송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차가운 답변을 내놨다.


법정의 진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 하나로 묻힐 수 있는 현실, 어떻게 싸워야 할까.


“기억 안 난다”는 진술, 그 자체가 '거짓말'일 수 있다


법정에서의 거짓말, 즉 위증죄(형법 제152조)는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지만, 그 성립 요건은 의외로 까다롭다. 법원은 위증죄의 '허위 진술'을 객관적 사실이 아닌 '증인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로 본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달라도 증인이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증언했다면 죄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A씨의 가장 큰 의문은 “기억이 안 나면 안 난다고 해야지, 왜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을 지어내는가?”이다. 이는 위증죄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기억나지 않는 사실을 마치 기억하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진술하는 행위 자체가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검사 출신 백지은 변호사는 “위증죄는 기억나지 않는 사안에 대해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때 성립한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기억'이라는 방패를 깨부술 3가지 창: 객관적 증거, 진술의 모순, 범행 동기


카카오톡 대화, 계좌이체 내역, 녹취록 등 객관적 증거는 거짓말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여기에 과거 진술과의 '모순', 그리고 증인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동기'가 더해질 때, '주관적 기억'이라는 안개는 걷히고 위증의 실체가 드러난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객관적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영재 변호사는 “증인의 진술과 다른 증거, 예를 들어 다른 증인, 문서, 영상 등과 비교하여 위증을 입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증인이 과거 수사기관이나 다른 곳에서 했던 진술과 법정 증언이 어떻게 다른지 '진술의 모순'을 파고드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다. 여기에 김경태 변호사는 “해당 증인과 부동산중개업자의 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통해 거짓말을 할 '동기'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정의 진실은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기억'이라는 가장 주관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더욱 그렇다. A씨의 사례는 사법 시스템이 한 개인의 '기억'이라는 불확실성에 얼마나 휘둘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결국 법정의 저울을 진실 쪽으로 기울게 하는 힘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그 목소리를 뒷받침하는 차갑고 객관적인 증거에서 나온다. 진실을 향한 고된 싸움의 결과물, 그것이 바로 정의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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