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과징금에도 반복된 설탕 담합, 협회 탈퇴만으론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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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과징금에도 반복된 설탕 담합, 협회 탈퇴만으론 충분할까

2026. 02. 13 09:0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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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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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담합 끝에 '제당협회' 탈퇴 결정

가격 결정 시스템 전면 개편으로 신뢰 회복 나선다

공정위, 설탕 3사에 과징금 4천83억원 /연합뉴스

국민 생활의 필수품인 설탕 가격을 두고 4년 넘게 은밀한 거래를 이어온 국내 제당업계가 사상 초유의 과징금 벼락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서슬 퍼런 칼날에 기업들은 고개를 숙였고, 70년 역사를 이어온 이익단체는 사실상 와해 위기에 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2월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기업간거래(B2B)에서 약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합계 4,083억 1,300만 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2007년 발생했던 설탕 담합 사건(서울고등법원 2007누24441 판결 등) 당시 부과됐던 511억 원보다 약 8배나 늘어난 규모다.


70년 만의 결별, '담합의 온상' 지목된 협회 탈퇴

이번 사태의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대한제당협회 탈퇴' 선언이다. 1955년 설립 이후 회원사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협회는 이번 사건에서 기업들이 가격을 눈치껏 맞추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통로로 활용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탈퇴가 법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두48505 판결)에 따르면,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 중 대다수가 이탈하여 남아있는 회사가 홀로 남게 될 경우 '2인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담합이 법적으로 종결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실상 담합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쟁사 직원 만나면 아웃" 유례없는 내부 통제

CJ제일제당은 공정위 발표 직후 "고객과 소비자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임직원의 경쟁사 접촉을 원천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즉각 해고 등 중징계를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이다.


또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가격 결정 방식도 전면 개편한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이에 연동해 가격을 산정하는 '투명 판가 결정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가 금지하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여, 객관적 지표에 의해서만 가격이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2007년의 데자뷔, 멈추지 않는 '달콤한 유혹'의 대가

삼양사 역시 윤리경영 지침을 개정해 담합 제안을 받는 즉시 회사에 신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과거 2007년 담합 사건 당시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했던 CJ제일제당만 형사고발을 면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내부 익명 신고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향후 법적 가시밭길은 여전하다. 이번 담합으로 손해를 입은 제빵업체 등 대형 수요처들이 '가상 경쟁가격'과의 차액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 근거)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행사에 따라 검찰의 형사 수사로 이어질 경우 법인뿐만 아니라 관련 임직원들 역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4,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은 기업들에게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크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었다. 독과점 구조 속에서 안주해온 제당업계가 이번 '처절한 반성문'을 통해 진정한 무한 경쟁 시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시장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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