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니 이혼하자는 남편... 알고 보니 결혼 전 '무정자증' 숨긴 사기꾼?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임신하니 이혼하자는 남편... 알고 보니 결혼 전 '무정자증' 숨긴 사기꾼?

2025. 12. 02 17:1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무정자증 믿고 외도 의심했다가 친자 확인되자 태세 전환

법조계 "남편 귀책 명백, 무정자증 속인 결혼은 취소 사유"

임신 소식을 전하자 남편은 무정자증 진단을 이유로 공개석상에서 아내를 모욕했다. 하지만 출산 후 진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는 친자 일치였다. /셔터스톡

결혼 1년 차,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은 축복이 아닌 지옥이 되었다. 아내 A씨는 임신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남편과 외식 자리를 마련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 사진과 아기 양말이 담긴 선물 상자를 건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남편의 따뜻한 포옹이 아니었다. 남편은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더럽다", "딴 남자랑 몸 섞은 여자"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남편이 결혼 전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는 것. 남편은 "내 아이일 리가 없다"며 그 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시어머니마저 전화로 "몸 굴리고 다닌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 외에는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던 A씨에게는 억울함과 공포만이 남았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무정자증인데 임신? 100% 불륜이다" vs "결백하다"

갈등의 핵은 남편의 '무정자증 진단'이었다. 남편 측은 이를 근거로 아내의 부정행위를 기정사실화했다. 의학적으로 무정자증이라도 고환 내 정자 추출술 등을 통해 임신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드물게 자연 임신 사례도 보고되지만,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A씨는 지옥 같은 시간을 홀로 견뎌야 했다. 남편은 연락을 끊었고, A씨는 홀로 출산했다. 아이가 인큐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A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를 안아보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검사를 위해 아이의 머리카락을 뽑는 일이었다.


결과는 친자 불일치가 아닌 친생자 관계 성립. 남편의 아이가 맞았다. 결과가 나오자 남편과 시어머니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매일 조리원으로 찾아와 "무릎 꿇고 빌겠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이미 신뢰는 산산조각 난 뒤였다.


"네가 더러워서 이혼" 외친 남편, 법적 책임은

이 사건에서 혼인 파탄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법조계는 "남편 측의 귀책사유가 명백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째, 성급한 판단과 명예훼손이다. 무정자증 진단이 곧 절대적 불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에도, 남편은 추가적인 의학적 확인 없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내를 모욕했다. 이는 형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며, 민법상으로도 배우자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민법 제840조 3호)에 해당한다.


둘째, 정신적 고통 야기다. 임신 중인 아내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위협했다. A씨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A씨 역시 "문자나 통화 녹음본 등 증거가 다 변호사에게 제출되어 있다"며 "위자료를 두둑하게 챙겨 아이와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소송 의지를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가 게시한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가 게시한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무정자증인 걸 숨겼다"... 사기 결혼일까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법적 쟁점이 등장한다. 만약 남편이 결혼 전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결혼했다면 어떻게 될까?


민법 제816조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를 혼인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자녀 출산이 혼인의 중요한 목적이었음에도 무정자증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면 혼인 취소 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정자증은 부부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다. 만약 아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민법 제816조 3호)로 소송이 가능하다.


혼인 취소가 어렵더라도, 중요한 사실을 속여 신뢰 관계를 파괴한 점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6호)'에 해당하여 이혼 사유가 된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무정자증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이혼 사유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의적인 은폐와 이로 인한 신뢰 파괴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