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기당했다"던 만취 손님, 일주일 만에 돌아와 35만원 선결제…뒤집힌 법정
[단독] "사기당했다"던 만취 손님, 일주일 만에 돌아와 35만원 선결제…뒤집힌 법정
법원, '필름 끊김' 악용한 고소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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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손님에게 65만원어치 양주를 판 유흥주점 업주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만취한 손님에게 65만원 상당의 양주를 추가로 판매해 재판에 넘겨진 유흥주점 업주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손님이 당시 스스로 걷고 대화를 나눈 점 등을 근거로, 술에 취해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 상태였을 수는 있으나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주 4병에 65만원…만취 손님 "기억 안 나", 업주 고소
사건은 2023년 6월 9일 새벽 부산 금정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발생했다. 손님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양주 4병 값 등 총 65만원을 휴대전화로 결제했다.
이후 B씨는 A씨가 자신의 만취 상태를 이용해 과도한 술값을 청구했다며 A씨를 준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준사기죄는 상대방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었을 때 성립한다.
검찰은 B씨가 이미 만취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A씨가 이를 이용해 술을 팔았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스스로 계단 오르고, 직업까지 말했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 정순열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의 핵심은 B씨가 결제 당시 사리 분별이 불가능한 '심신장애' 상태였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였다.
정순열 판사는 여러 정황을 근거로 B씨가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해당 주점에 오기 전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다 몇 시간 동안 잠을 잤고, 사건이 벌어진 2층 주점까지 스스로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또한 주점 안에서 A씨에게 "도배 일을 한다", "가방에 작업복이 있다"는 등 대화를 나눈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일주일 뒤 재방문해 술 마시기도
특히 법원은 A씨의 행동이 다른 업주와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B씨는 같은 날 A씨의 주점에 오기 전 다른 유흥주점에서도 준사기 피해를 당했는데, 당시 그곳 업주는 B씨의 휴대전화에서 결제 문자메시지를 모두 삭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반면 A씨는 결제 내역을 숨기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A씨는 "피해자가 양주 2병을 추가 주문한 뒤 1병만 조금 마시고 귀가해, 개봉하지 않은 나머지 1병 값 15만원은 돌려주기로 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 주장이 비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B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 뒤 A씨의 주점을 다시 찾아가 35만원을 선결제하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
정 판사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행동했으나 사후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