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간다" 절규에도 70분간 '감감무소식'…경찰 지휘관 직무유기 논란
"남편이 죽어간다" 절규에도 70분간 '감감무소식'…경찰 지휘관 직무유기 논란
'코드 제로' 발령에도 "매뉴얼 몰랐다" 변명
112 녹취록·감찰 자료로 드러난 총체적 부실 대응
"남편 죽으면 어떡해요!"…아내의 절규, 112 녹취록에 담긴 70분의 비극

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뒤 체포됐다. 경찰이 21일 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서울 도봉구 피의자 자택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희 남편 죽으면 어떡해요. 제발 도와달라." 아들의 총격에 쓰러진 남편을 보며 아내가 던진 절규는 수화기 너머로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이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2 신고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천 송도 사제 총기 사건 현장에서, 현장을 총괄해야 할 경찰 지휘관은 70분이 넘도록 현장에 나타나지 않으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사건 발생 시각은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피하며 "살려주세요. 남편이 총에 맞았으니 빨리 좀 와달라"고 112에 신고했다. 그는 "남편이 피를 많이 흘렸고 아버지가 밖에서 총을 들고 계세요"라며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코드 제로' 무시한 지휘관…“매뉴얼 몰랐다” 황당한 변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위급상황 최고 단계인 '코드 제로(Code 0)'를 발령했다. 지령에 따라 순찰차 3대가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 경찰관들을 지휘해야 할 상황관리관 B경정은 경찰서 상황실을 지키고 있었다. 코드 제로 발령 시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출동해 지휘해야 한다는 내부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연합뉴스 등이 확보한 경찰 감찰 자료에 따르면, B경정은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상황실에서 무전을 대신 받고 인터넷으로 집 내부 구조를 확인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 생명이 위급한 순간, 지휘관이 현장 출동 의무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비판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인질극 우려" 주저하는 사이…골든타임은 흘러갔다
지휘관이 부재한 사이, 현장 경찰관들은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고 경찰 특공대만 기다렸다. 이에 대해 관할 경찰서 측은 "피의자가 총기를 소지한 채 인질극을 벌일 가능성 등 추가적인 위협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판단이 결과적으로 피해자 구조와 피의자 검거의 '골든타임'을 모두 놓치게 만들었다.
특공대는 오후 10시 40분께 집에 진입했지만, 피의자는 이미 달아난 뒤였다. B경정은 특공대가 진입하고도 3분이 지난 10시 43분 이후에야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현관 도어록이 총격으로 파손돼 이미 열 수 있는 상태였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문을 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은 감찰 착수…“초동 조치 미흡, 면밀히 살필 것”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감찰담당관실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현장 초동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면밀하게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경정은 뒤늦은 출동에 대해 "현장으로 이동할 때 무전이 안 됐는데 도착했더니 특공대가 진입한 상황이었다"며 "증거물을 더럽히면 안 된다고 해 집 안에 들어가진 않았다"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을 내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이번 사건은 지휘관 한 명의 태만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