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가해자'로…내 아이의 저항, '쌍방학폭'의 덫 되나
'피해자'가 '가해자'로…내 아이의 저항, '쌍방학폭'의 덫 되나
괴롭힘 참다못해 쪽지 보냈더니 돌아온 학폭 신고 위협…전문가들 “섣부른 대응은 금물, 증거 확보가 최우선”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저항할 경우 '쌍방 폭력' 가해자로 몰릴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AI 생성 이미지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당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저항의 표시를 하자, 되레 '학교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의 대응이 '쌍방 학교폭력'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대응에서 감정적 대처보다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법적 절차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상대방 부모의 압박이나 회유에 휘말리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시작은 '무시', 저항은 '따돌림'으로…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사건의 발단은 한 학부모가 온라인에 올린 상담글에서 시작됐다. A씨의 자녀는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지속해서 무시하는 발언을 듣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오랜 기간 괴롭힘을 참던 아이는 결국 상대방의 행동을 멈추게 할 목적으로 쪽지를 전달하고, 다른 친구에게 "상대편과 놀지 않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이 행위가 빌미가 되어 A씨의 자녀는 순식간에 '가해자'로 지목될 위기에 처했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귀하 자녀 행동의 경우 따돌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고, 법무법인 일신 최동원 변호사 역시 의뢰인 자녀의 행동도 학폭으로 인정될 수 있어 '맞학폭' 사건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부모의 '선 넘은' 개입…'아동학대'·'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까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상대방 부모의 개입이었다. 상담 내용에 따르면, 상대 부모는 A씨의 자녀와 함께 있던 다른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당사자를 바꿔 달라고 요구한 뒤, 직접 경고성 발언을 했다.
심지어 동의 없이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취하며, 자기 아이의 잘못은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했다.
이에 대해 최동원 변호사는 "이와는 별개로 상대 부모가 A씨의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한 것은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는 아동학대(정서적 학대)가 될 여지도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제공된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동의 없이 전화번호를 취득해 연락한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맞신고'보다 중요한 '증거'…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
전문가들은 섣부른 감정적 대응을 경계하며 '증거 수집'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우선 자녀분이 겪은 무시와 모욕적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기록을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발생 일시, 장소, 구체적인 발언 내용, 목격자 등을 최대한 상세히 정리해 두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자녀가 경험한 무시와 모욕적 발언에 대해 발생 일시, 장소, 구체적 내용, 목격자 등을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향후 학폭위 개최 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교육청 감사관 출신인 전경석 변호사는 "만일 증거없이 그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맞폭신고를 하시면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며, 섣부른 '맞불 작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협상인가, 전면전인가…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택 필요
결국 이 사안은 부모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동원 변호사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직 학폭 사건화가 된게 아니라면 부모님들끼리 감정을 내려놓고 차분히 대화하셔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지으시는게 좋다고 보입니다"라며 우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내 "그러나 협의가 안 되고 상대방이 학폭으로 걸어오면, 그땐 철저히 맞대응하셔야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조 변호사는 "상대 아이 부모가 학폭 신고 운운하면 맞신고하고, 모욕죄로 아이를 형사고소하겠다고 하시면 되겠습니다"라며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안은 피해 사실 입증과 함께 상대방의 대응에 따른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