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뒷담화' 걸려서 잘렸는데, 처벌 위기까지?⋯"아니요, 오히려 부당해고입니다"
상사 '뒷담화' 걸려서 잘렸는데, 처벌 위기까지?⋯"아니요, 오히려 부당해고입니다"
대표이사 '뒷담화'한 것이 알려지며 갑자기 해고 통보받은 A씨
동료 직원이 자신의 카카오톡 몰래 열어 본 것이 의심
변호사들 "부당 해고 맞고,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적다"

"너희 전부 해고야!"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A 씨. 아무래도 동료 직원이 대표이사 험담한 것을 일러바친 것 같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광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A씨. 오랜만에 '칼퇴'를 했더니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동료 직원이었다. "A씨, 컴퓨터 비밀번호가 뭐예요?" 디자인 수정에 필요한 자료가 A씨 컴퓨터에 있다고 했다. A씨는 별 의심 없이 비밀번호를 가르쳐줬다.
그런데 다음 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표이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갑자기 디자이너들을 소집시키더니 기어코 소리를 질렀다. "너희 전부 해고야!" 대표이사의 손에는 디자이너 3명의 '은밀한 카카오톡 채팅방' 복사본이 들려있었다. 대표 이사의 욕이 가득한 채팅방이었다.
A씨는 억울하다. 뒷말을 한 건 잘못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잃었다. 아무래도 어젯밤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동료 직원'이 수상하다. 이 직원이 채팅방을 일러바치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한다.
심지어 대표이사가 "디자이너들을 전부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변호사 5명과 분석해봤다.
먼저 A씨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건 자신의 처벌 가능성이다. 대화방에는 대표이사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나 명예가 훼손될 만한 내용이 있었다. 이를 확인한 대표이사도 직접 "한 명, 한 명 전부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변호사들 "처벌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가 처벌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법률사무소 다감의 정재환 변호사는 "A씨가 져야 할 형사책임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를 포함한 디자이너들이 직접 외부에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에이블의 박상진 변호사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디자이너 3명이 카카오톡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내용은 공연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공연성'이 성립해야 처벌할 수 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가 해당 표현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디자이너들만 있는 대화방에서 상사의 욕을 했으니 공연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취지다.
A씨는 현재 '뒷담 채팅방'의 유포자로 동료직원을 의심하고 있다. 동료직원이 채팅방을 몰래 훔쳐본 뒤 대표이사에게 일러바친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들 "몰래 훔쳐봤다면, 처벌될 수 있다"
법무법인 승우의 변형관 변호사는 "A씨가 동료직원을 비밀침해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형법은 이 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하고 있다.
더불어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면 대화방 자체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법은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이다.
법무법인 중용의 김종귀 변호사는 "동료 직원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몰래 열어봤다면 이는 불법행위"라며 이 때문에 "해당 대화방을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일 해고를 당한 A씨. 속상한 나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경우에도 "구제의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 "부당해고가 맞는다"
법률사무소 서담의 김의지 변호사는 "A씨의 경우 부당해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변형관 변호사도 "해고 자체를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변호사 5명의 만장일치 의견이었다.
김종귀 변호사는 "A씨의 뒷담화는 징계사유가 될 가능성이 조금 있긴 하다"면서도 "해고는 너무 과도한 처분"이라며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경우 해당 해고는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부당해고로 판단받으면 해고기간 동안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만약 복직이 껄끄럽다면 해고사건 승소 후 사직서를 내고 퇴직금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이어 "해고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근무하더라도 최소한 70%의 급여는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종합했을 때 A씨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작고, 오히려 부당해고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