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성추행 CCTV 있었는데…폭로하면 피해자가 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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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성추행 CCTV 있었는데…폭로하면 피해자가 가해자

2025. 10. 30 17:0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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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섣부른 공론화는 '명예훼손의 덫', CCTV 증거로 형사고소부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진료를 빙자해 환자를 추행한 의사를 고발하려던 피해자가,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의사를 똑바로 쳐다봤는데도 계속 주물렀어요." 넘어져 다친 엉덩이가 아파 병원을 찾았던 A씨에게 진료실에서의 7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엉덩방아를 찧어 정형외과를 찾은 A씨는 엑스레이 촬영 후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의사는 "등도 찧었다"며 환부와 무관하게 A씨의 상의를 들추고 등을 만졌다. 처음에는 아픈 부위를 확인하는가 싶었지만, 의사의 손은 진료 내내 A씨의 엉덩이를 향했다.


A씨는 "동의 없이 상담 시간 동안 6~7차례 이상 엉덩이를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진료 행위일 수 있다는 생각과 불쾌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웠지만, 의사의 이상한 행동에 시선을 마주쳐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을 이어가는 모습에 A씨는 '무기력한 공포' 속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다행히 A씨는 진료실 CCTV 영상을 확보했고, 영상에는 7분간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진실을 말해도 당신은 가해자'... 피해자 발목 잡는 '명예훼손의 덫'

사건 이후 A씨의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는 것을 막고 싶다는 '공익적 목적'에서 해당 의사와 병원의 문제를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가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서울시 OO구 정형외과 의사가 진료 중 엉덩이를 만져 수치스러웠다' 정도의 경험담을 인터넷에 써도 되는지 궁금하다"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A씨의 질문에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온라인에 사실을 공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죄'로 역고소 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진실한 사실'을 말했더라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면 처벌받을 수 있다. 리앤승 법률사무소 이상호 변호사는 "설령 사실이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명확히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폭로가 순식간에 '명예훼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현실이다.


왜 의사는 '강제추행', 피해자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나

그렇다면 왜 의사의 행위는 '범죄'가 되고, 피해자의 폭로는 또 다른 '범죄'가 될 수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의사의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강제추행은 흔히 폭행이나 협박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진료 행위를 가장해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신체를 만지는 행위 역시 명백한 강제추행이라는 게 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반면, 피해자의 폭로는 법적으로 '사적 제재(개인이 개인에게 벌을 주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법원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가해 혐의자의 명예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따라서 아무리 공익적 목적을 주장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건너뛴 폭로는 '비방의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병원이나 의사가 주변 정황으로 특정될 수 있다면 문제 될 수 있다"며 "쪽지로 초성을 알리는 행위도 유포 가능성이 있다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이다' 폭로 대신 '고구마' 고소를 택해야 하는 이유

결국 A씨가 자신을 보호하면서 가해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답답하고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공식적인 형사 절차'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른바 '사이다' 같은 시원한 폭로 대신, '고구마'처럼 답답한 형사 고소를 택해야 하는 이유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CCTV라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강제추행 혐의로 정식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법적으로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형사 고소는 '명예훼손의 덫'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혐의가 입증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나 합의 과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억울한 마음에 섣불리 여론에 호소하기보다,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2차 피해'인 역고소를 막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이끌어낼 최선의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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