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일부러 그랬나” 상의 없이 퇴직금 '연금 봉인'한 남편, 이혼하면 받을 수 있나
“혹시나 일부러 그랬나” 상의 없이 퇴직금 '연금 봉인'한 남편, 이혼하면 받을 수 있나
전문가들 “명의 달라도 명백한 재산분할 대상 양육비 산정에도 유리한 근거”
“명의 달라도 공동재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혹시나 일부러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외국계 회사에서 조기 퇴직한 남편이 상의 한마디 없이 퇴직금 전액을 연금저축에 넣어버리자 한 맞벌이 아내 A씨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당장 중학생 아이 교육비와 생활비가 빠듯한데, 남편은 “세금이 많이 나온다”는 말만 남긴 채 수년간 돈을 묶어버렸다. 구직 의사조차 없는 남편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낀 A씨는 결국 이혼까지 고민하게 됐다.
A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며 가정을 꾸려왔다. 하지만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한국 지사를 철수하며 갑작스럽게 실직자가 됐다.
A씨는 남편의 퇴사를 한 달 전에야 알게 됐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었던 퇴직금마저 남편이 일방적으로 연금 계좌에 '봉인'해버리자, 부부 사이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A씨는 “남편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만약 이혼하게 되면 저 돈을 아이 양육비로나마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남편 퇴직금, '연금' 이름표 달면 내 몫은 사라지나?
결론부터 말하면, 남편이 연금저축으로 전환한 퇴직금은 명백한 재산분할 대상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명의'가 누구에게 있든, '형태'가 무엇으로 바뀌었든, 그 돈이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원칙이 '쌍방'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인 A씨의 사례처럼, 아내 명의의 퇴직금이나 개인연금 역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강조한다. 법원은 특정 재산이 누구의 명의로 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부부가 혼인 기간 중 함께 기여해 쌓은 '총재산'을 기준으로 분할 비율을 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가 재산분할을 청구할 경우, 남편의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A씨 자신의 퇴직금·연금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여도에 따라 나누게 된다.
김상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정중동)는 “해당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며 “부부가 혼인 중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즉 ‘부부공동재산’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명확히 했다.
즉, 남편이 나중에 연금 형태로 돈을 받게 되더라도, 그 재원의 뿌리가 부부 공동의 노력에 있기에 아내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명륜) 역시 “퇴직금의 성격이 연금저축으로 변경되었다고 하여 재산분할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실질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였던 만큼, A씨의 기여도 역시 재산분할(이혼 시 부부가 공동으로 이룬 재산을 나누는 것) 비율을 정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된다.
'소득 0원'이라도 양육비 줘야 '숨긴' 퇴직금이 근거
더 큰 문제는 남편이 구직 활동을 할 가능성이 '1도 없다'고 못 박은 점이다. A씨는 남편이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할까 우려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에 가깝다.
양육비는 재산분할과 별개의 권리이며, 법원은 소득뿐 아니라 재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급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박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영웅)는 “비록 당장 현금으로 쓸 수는 없더라도, 법원은 그 연금 재산을 남편의 '재산 상황'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양육비 지급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득이 없어 양육비를 못 준다'는 남편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약 남편이 계속 소득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고순례 변호사는 “남편이 재취업을 하거나 소득이 생길 여지가 전혀 없다면, 도시일용노동자의 수입을 기준으로 양육비를 산정하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남편의 연금 계좌는 그의 지급 능력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일방적 '재산 봉인', 이혼 소송에선 오히려 '독' 될 수도
전문가들은 남편의 일방적인 행동이 이혼 소송 시 오히려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부 공동 재산을 상의 없이 처분하고 인출이 어려운 형태로 바꾼 것은 '재산 은닉(재산을 숨기려는 시도)'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영 변호사는 “남편의 일방적인 연금저축 전환은 부부간 재산관리의 투명성을 해친 행위”라며 “이는 이혼소송에서 재산은닉 시도로 해석될 수 있어 질문자님에게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편의 얕은수가 법정에서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남편이 '세금'을 이유로 걸어 잠근 퇴직금은 법적으로 아내의 몫을 지워주지 못했다.
오히려 부부 사이 신뢰의 문을 먼저 닫아버린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A씨의 불안한 마음이 미래를 지키는 정당한 권리로 바뀔 수 있는 길이 법 안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