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법원 "위법했지만, 처벌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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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법원 "위법했지만, 처벌하긴 어렵다"

2023. 02. 15 17:45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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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모두 무죄…이규원 검사만 일부 혐의 유죄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출국금지한 건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왼쪽부터) 이규원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성접대 의혹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한밤중 출국을 시도했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지당했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불법 출국금지'라는 논란이 일었다. 가짜 사건번호가 적힌 허위 공문으로 요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위법하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긴 하지만,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그 결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모두 직권남용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검사만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4개월 선고가 유예됐다.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 모두 무죄⋯"출국 용인했다면 국민의 의혹 해소하기 불가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부장판사)는 15일 이규원(사법연수원 36기·46) 검사와 이광철(36기·51)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24기·55)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123조).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당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며 "사후 김 전 차관의 범죄혐의가 드러났더라도 출국금지의 적법성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화 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출국금지는 판례가 없어 검사들에게도 생소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법조인들마저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만큼 법률적 판단이 쉽지 않았다"며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도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엔 이 검사 등이 김 전 차관의 해외 도피를 차단했을 뿐 개인적인 이익이나 청탁 등 불법적인 이익을 얻은 것이 없다는 것도 고려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들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받은 혐의, 해당 서류를 은닉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불법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선고를 미루는 판결이다.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던 일이 돼 사실상 처벌이 없는 셈이다.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 사후 승인을 요청하는 단계에서 시행령을 준수하려다가 위법한 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를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등 부정한 목적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선고 직후 이 전 비서관은 선고 직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태산이 명동(鳴動·떠들썩하게 움직임)했는데 쥐가 한두 마리 나온 형국"이라며 "사필귀정의 상식적 판단을 내려주신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차 전 연구위원도 "흐린 구름 사이에서 잠시 빛을 잃은 진실과 상식이 정의의 법정에서 다시 환하게 빛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검사 역시 "재판부 판단을 존중하나 일부 유죄가 선고된 부분은 항소심에서 더욱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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