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생일 똑같은 부부, 2세 이름도 똑같이 지을 수 있을까? 법으로 따져보니
이름·생일 똑같은 부부, 2세 이름도 똑같이 지을 수 있을까? 법으로 따져보니
법엔 없지만 구청에선 막힙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름과 생년월일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동명이인 커플이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인 가운데, 자녀 이름까지 똑같이 짓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스레드에 놀라운 혼인신고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세대주인 본인과 배우자의 이름이 모두 같을 뿐만 아니라, 생년월일까지 완벽하게 같았기 때문이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진짜 운명의 데스티니다", "너무 신기하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중 한 누리꾼이 "아기도 같은 이름으로 지어달라"고 댓글을 남기자, 작성자는 "알아봤는데 법적으로 안 된다더라"고 답했다.
부모와 자식 이름이 같으면 정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을까. 엄밀히 말해 법률상 명문 금지 규정은 없지만, 행정 실무상으로는 막히는 것이 맞다.
법률엔 '금지' 없지만, 대법원 예규가 가로막는다
사실 국회가 만든 법률에는 자녀 이름에 쓸 수 있는 문자의 종류(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만 규정할 뿐, 부모와 동일한 이름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다.
문제는 대법원이 정한 행정규칙인 '예규'다.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09호 제2호는 "자녀의 이름이 출생자에 대한 부와 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드러나는 사람(예: 조부·조모·부·모 등)과 같은 이름인 경우에는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본인, 부모, 배우자, 자녀 성명이 모두 기재된다. 만약 부부가 아이 이름을 똑같이 지어 신고한다면, 가족관계증명서상에 3명의 동일한 이름이 등장해 인적 특정이 곤란해지는 대혼란이 발생한다. 구청 등 행정관청이 이 대법원 예규를 근거로 출생신고 수리를 거부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자만 다르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행정 실무상 한글 이름이 같으면 한자가 다르더라도 식별 혼선을 이유로 출생신고가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가족관계등록부 공신력을 위해 이름의 한글 표기 일치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내 아이 이름 지을 자유"… 소송전 불사한다면?
만약 구청에서 출생신고를 거부당했을 때, 부모가 "이름 짓는 건 내 자유"라며 법적으로 다투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관할 가정법원에 불복신청을 낼 수 있다.
이때 핵심 쟁점은 행정 효율성 대 헌법상 기본권의 충돌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가족생활의 핵심적 요소이며, 헌법 제10조(행복추구권) 및 제36조 제1항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예규가 국민의 헌법상 작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위헌적 쟁점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여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름·생일 같은 두 사람, 혼인신고는 완벽히 '유효'
부모와 자식 간의 작명 문제와 별개로, 본인과 배우자의 이름·생년월일이 모두 같은 이 부부의 혼인신고 자체는 법적으로 완벽하게 유효하다.
민법상 혼인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에 이름이나 생년월일의 동일 여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 역시 당사자 간 진정한 혼인 의사 합치가 있다면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혼인신고서에는 성명, 출생연월일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게 되어 있다. 두 사람의 생년월일 앞자리가 같더라도 성별이나 지역 등에 따라 부여되는 뒷자리 번호가 다르기 때문에, 전산상 별개의 인격체로 명확히 특정되어 행정 처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