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편의 봐줬다가 뒤통수 맞은 집주인의 항변 "이것도 계약갱신권 해당하나요?"
세입자 편의 봐줬다가 뒤통수 맞은 집주인의 항변 "이것도 계약갱신권 해당하나요?"
세입자 부탁에 퇴거일 미뤄줬는데⋯"2년 더 살겠다" 계약갱신권 청구
'매매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해 줘야 할 처지

세입자의 부탁에 퇴거일을 미뤄줬다가 일이 꼬인 집주인.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갑갑하기만 하다. /셔터스톡
집주인 A씨는 얼마 전 자신의 세입자에게 당한 일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전세를 준 집을 매매할 계획이었던지라, 세입자에게 계약만료 통보를 보냈다. 그게 지난 4월.
그런데 세입자가 통사정했다. "사정이 있어 그러니, 7월 계약 만료 뒤 몇 달만 더 살다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몇 년 동안 지냈던 세입자라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 이에 12월까지 사는 데 동의했다. 그 과정에서 A씨는 해당 집의 매매계약을 진행했고, 세입자는 새로 올 집주인에게도 '12월 퇴거'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전세계약서에 "계약 만료는 7월이지만, 세입자 사정으로 인해 퇴거는 12월에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뒤, 세입자의 서명도 받았다.
그런데 7월 말 정부의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세입자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갑자기 세입자가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을 더 살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무척 난감해졌다. A씨는 법 시행 전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세입자의 부탁대로 퇴거일을 미뤄줬다가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화도 난다.
A씨는 결국 바뀐 법에 따라 세입자의 전세계약 2년 연장 요구를 들어주고, 매매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해 주어야 하는 걸까. 변호사와 알아봤다.
변호사들은 A씨의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봤다. 법 시행 전 전세계약이 만료된 상황이었고, 세입자의 확인 후 매매계약까지 진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이미 전세계약이 만료된 됐고, 퇴거일만 세입자의 편의를 위해 연장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즉, '전세계약 연장' 상황에 해당하지 않기에 세입자는 계약 갱신 청구권이 없다는 취지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도 "세입자가 기존 전세계약서에 12월에 퇴거하겠다고 자필 서명을 했다면, 추후 말을 번복해 2년 계약 연장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전세계약이 12월까지 연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A씨의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걸까.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12월에 퇴거하겠다"는 계약서 서명을 들었다. 이와 같은 약정의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씨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안병찬 변호사는 "세입자가 12월이 돼서도 퇴거하지 않아 주택 매수인이 '매매계약 특약 미이행'으로 매매를 취소하면, 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향후 현 매수인의 손해배상 청구가 있을 수 있으니 세입자와의 약정, 세입자의 위반 내용, 그에 따른 손해 등을 명시한 내용증명을 통하여 의사를 피력해 두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12월에 집을 비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A씨는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 조치 후 곧바로 명도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12월까지 소송 판결이 내려져야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변호사도 있다.
법률사무소 正 정지웅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당사자 간 합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세입자를 이를 번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임대차보호법 제10조다.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이에 따라 "세입자가 비록 '계약 만료는 7월이나 편의상 12월까지 살고 퇴거한다'고 약정했더라도, 이러한 계약갱신청구권 포기는 '번복'할 수 있다"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정 변호사는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에서 내놓은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서'에도 "임차인이 계약 만료 기간에 맞추어 나가기로 사전에 합의했더라도,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