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아들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판결, “국가에도 책임 있어…”
자폐아 아들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판결, “국가에도 책임 있어…”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자폐아 아들을 40년간 돌보아 온 어머니.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절망한 그녀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들과 함께 세상을 뜨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그런데 그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들만 죽고, 그녀는 살인죄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됩니다. 법은 그녀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A(66·여)씨의 아들인 B(41)씨는 세 살 때 자폐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기초적인 수준의 언어소통만 가능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B씨는 특수학교에 다니던 고등학생 때부터는 폭력성향까지 심해져 자퇴를 하고, 20세가 될 무렵부터는 증세가 악화돼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난폭한 성향은 정신병원에서도 조차 감당키 어려워했습니다. 정신병원들은 그의 퇴원을 권유하거나, 입원 연장을 거부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로 인해 B씨는 지난 20여 년간 10여 곳의 정신병원을 전전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B씨는 2018년 11월에 한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다 팔을 다쳐 다른 병원으로 옮겨집니다. 그는 옮겨간 병원에서도 계속 소리를 지르고 벽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우고, 이에 어머니 A씨는 절망합니다.
B씨의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더는 입원을 받아 줄 정신병원도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A씨를 덮칩니다. A씨는 자신도 기력이 쇠하여 더 이상 B씨를 간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히자, 차라리 피해자와 함께 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B씨를 죽인 후 자신도 그 옆에서 자살할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A씨는 결국 진정제를 투여 받고 잠들어 있는 B씨의 목을 자신의 스카프로 졸라 질식사를 시키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그러한 A씨에 대해 3년 징역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2018고합609).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가 징역 2년 6월∼15년인데 비해 대폭적인 감형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A씨의 범행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또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등 2개의 ‘특별양형인자’ 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비록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부모가 자기 마음대로 그 생명의 권리를 처분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A씨를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장애가 있는 B씨를 40년 동안 보살피면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어왔을 것임에도 헌신적으로 그를 보살피고,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해 왔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B씨를 데리고 여러 의료시설을 전전하면서 심신이 지친 A씨가 깊은 좌절감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법원은 아울러, △B씨의 아버지와 여동생 등(이들은 A씨의 가족이기도 하다)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자식을 살해하였다’는 기억과 그에 대한 죄책감이 A씨 스스로에게는 ‘그 어떤 형벌보다도 무거운 형벌’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A씨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이 사건의 비극적인 결과가 오롯이 피고인에게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할 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은 장애인의 치료와 보호, 자립을 지원하고, 나아가 장애인 가족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책임을 갖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역할을 못한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