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아청물 '시청' 범죄일까?…"저장 안 했으니 괜찮다"는 위험한 착각
텔레그램 아청물 '시청' 범죄일까?…"저장 안 했으니 괜찮다"는 위험한 착각
단순 폭행인가 치밀한 심리적 지배인가
'가스라이팅' 살인죄 적용 여부 주목

텔레그램 아청물은 '시청'만 해도 명백한 범죄이며, '자동 저장'으로 인한 '소지' 혐의는 고의성 입증 여부에 따라 별도로 판단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호기심에 눌러봤을 뿐인데", "저장하지 않았으니 괜찮겠지"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을 접한 이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하다.
파일을 저장하지 않고 단순히 '시청'하는 행위만으로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개발된 암호화 메신저로, 대화 내용이 서버에 남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등 강력한 보안 기능으로 인해 'n번방', '박사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되어왔다.
이러한 범죄 조직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피해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며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일반 이용자들조차 링크 클릭 한 번으로 성착취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보기만 한 것'도 범죄?…2020년 법 개정으로 명문화
'소지'하지 않고 보기만 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현행법은 아청물을 '시청'하는 행위 자체를 독립적인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2020년 6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과거에는 '소지'한 자만 처벌했으나, 아청물에 대한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시청'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도 '시청'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된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0고단1067 판결은 텔레그램을 통해 아청물을 다운로드받아 PC에 저장하고 시청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방법원 2021고합1 판결 역시 텔레그램 링크를 통해 아청물을 다운받아 시청하고 보관한 행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하였다"고 판시했다.
이는 시청 행위가 아청물 제작 및 유포라는 악의 고리를 유지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동 저장' 기능, '소지죄'는 어떻게 판단되나?
텔레그램에서 아청물을 시청할 경우, 또 다른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바로 '소지죄'다.
텔레그램은 사용자가 대화방의 사진이나 영상을 클릭하면 해당 파일이 기기 내 특정 폴더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청물을 '소지'하게 될 위험에 처한다.
다만, 단순히 파일이 자동으로 기기에 저장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소지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해당 파일이 아청물임을 '알면서'(고의) 이를 계속 지배·관리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핵심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사안에 따라 엇갈린다.
피고인이 자동 저장 기능을 인지하고 있었고, 아청물임을 확인한 후에도 즉시 삭제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
반면, 자동 저장 기능 자체를 몰랐거나 파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소지'의 고의가 부정되어 무죄가 선고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소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시청'한 사실이 있다면 아청법 위반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 행위는 별개의 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부른 범죄, 처벌 피할 수 있나?
결론적으로 법원은 '시청'과 '소지'를 별개의 범죄로 판단한다.
'시청'은 그 행위 자체로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며, '저장하지 않았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소지'의 경우, 자동 저장 기능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며 파일의 존재에 대한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라는 주관적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
따라서 텔레그램 등에서 우연히 아청물 링크를 클릭했거나 대화방에 초대되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아청물임을 인지한 즉시 대화방을 나오고 관련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기심에라도 영상을 재생하거나 사진을 열어보는 '시청' 행위를 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특히 아청물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의 처벌 수위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며 "익명성에 기댄 안일한 생각이 무거운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