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사준 아파트,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일까?…'특유재산'의 함정
아버지가 사준 아파트,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일까?…'특유재산'의 함정
법원 "혼인 중 취득, 아내 기여도 인정"…전문가들 "소송 대신 '이혼 조정'으로 실익 찾아야"

혼인 기간 중 남편 A씨의 부친이 사준 집인데, 이혼 하는 아내가 재산 분할을 요구한다. 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셔터스톡
"몸만 나가라" 남편의 절규…법원은 왜 아내의 손을 들어줄까?
수년간 부부관계를 거부한 아내와 이혼을 결심한 A씨. 세 자녀 양육권은 아내가 갖고 양육비를 주기로 합의했지만, "나가 살 집을 달라"는 아내의 요구에 뒤통수를 맞았다. 결혼 후 아버지가 사주시고 대출금까지 내주시는 A씨 명의 아파트를 나눠달라는 것.
A씨는 "나는 몸만 나가라는 입장"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아내는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기대와 달리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들은 A씨 명의의 아파트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A씨 입장에서는 온전히 아버지의 돈으로 마련한 집이지만, 법의 잣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사줬어도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라면 '부부공동재산' 가능성 커
법무법인 마스트 이서원 변호사는 "비록 아버지가 구입해주고 대출금을 상환 중이라도,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라면 부부공동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재산의 명의나 자금 출처보다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재산'이라는 점에 더 무게를 둔다는 의미다.
특히 A씨 부부처럼 혼인 기간이 길고 자녀가 셋이나 되는 경우, 법원은 아내의 기여도를 폭넓게 인정한다. 법률사무소 엘엔에스 김의지 변호사는 "아내의 가사노동과 자녀양육 기여도를 법원이 상당히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완전히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편이 밖에서 돈을 버는 동안 아내가 살림과 육아를 전담했다면, 그 역시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경제적 기여는 인정받을 수 있어
그렇다고 A씨가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아버지의 경제적 기여가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재산분할 비율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다. 이는 '특유재산'(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졌거나 혼인 중 상속·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를 주장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아버지가 구매 자금을 제공했다는 증거(송금내역, 대출상환 기록 등)와 증여 의사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는 분할 비율을 줄여줄 뿐, 아내의 몫이 '0원'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정진아 변호사는 "아내분이 이혼 후 3명의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점도 재산분할에 있어 현실적으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요소"라며, 법원이 아내의 주거 안정 등 부양적 측면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식 소송보다는 '이혼 조정' 활용하는 게 유리
이에 변호사들은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정식 소송보다는 '이혼 조정' 절차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협의이혼은 재산분할 등에서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절차가 중단되지만, 이혼 조정은 법관이나 조정위원의 중재 하에 양육권, 재산분할 등 모든 쟁점을 한 번에 합의하는 절차다.
법무법인 한원 조훈목 변호사는 "이혼 조정은 신청서 작성일로부터 30~50일 이내에 이혼 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재산분할에 관한 조정도 동시에 진행해 추후 소송을 당할 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조정안이 확정되면 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져 분쟁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매듭지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A씨의 "몸만 나가라"는 요구는 법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아내가 세 자녀의 양육을 책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법원은 아내의 주거 안정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A씨에게 남은 과제는 '내 것'이라는 감정적 주장을 넘어, 아버지의 기여도를 법적으로 입증해 분할 비율을 최소화하고, 조정 절차를 통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가족의 해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