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종묘, 담장 기와 훼손 경찰, 용의자 추적 중
세계유산 종묘, 담장 기와 훼손 경찰, 용의자 추적 중
만취 추정 행위자의 우발적 범행
법적 처벌은 어디까지?

국가유산청 제공 /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정숙해야 할 이곳에서 지난 15일 새벽, 기와 10장이 파손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취객으로 추정하고 추적에 나섰다.
단순한 만취 난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가지정문화재를 훼손한 이번 사건은 결코 가볍지 않은 법적 책임을 수반할 전망이다.
문화재 훼손의 법적 책임은?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으로,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현행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문화유산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법률 제92조 제1항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면 단순 재물손괴죄가 아닌 더 무거운 문화재 훼손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물론, 용의자가 취중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훼손된 기와가 10장으로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점, 그리고 이미 보수가 완료되었다는 점 등이 양형에 참작될 수 있다. 하지만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은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엄중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유사 사례와 예상되는 처벌 수위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유사 판례들과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 벌금형: 대구지방법원은 과거 역사문화 보존지역 내 담장 설치로 문화재 경관을 훼손한 피고인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피고인은 농작물 보호를 위해 문화재청 허가 없이 높이 약 1.5m, 길이 약 100m의 담장을 설치한 것으로, 법원은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필요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
- 징역형 집행유예: 울산지방법원은 국가지정문화재인 성벽의 일부를 철거한 피고인에게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문화재 훼손의 정도와 행위의 경중에 따라 다양한 판결이 나온다.
- 징역형 실형: 제주지방법원은 천연기념물 지정 구역 내에서 허가 없이 무단으로 현상 변경 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해당 피고인은 과거에도 유사한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가중 처벌이 이뤄졌다.
이번 종묘 훼손 사건은 훼손 정도가 경미하고 우발적이었다는 점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화재의 특별한 가치와 사회적 경각심을 고려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형사처벌 외, 피해 복구 비용도 청구될까?
형사 처벌 외에도 용의자는 훼손된 기와를 보수하는 데 사용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문화재를 훼손한 자에게 원상 복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 복구 비용은 일반적인 손해배상과 달리, 원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비용 전체를 손해액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부산고등법원은 과거 봉수대 훼손 사건에서 5억 원이 넘는 복구 비용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종묘 사건의 경우, 훼손된 기와는 이미 보수 작업이 완료되었다.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면 국가유산청이 지출한 보수 비용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이 거액의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