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찰? 단순 관찰?⋯변호사들이 보기엔 '사찰'까진 아니었지만, 문제는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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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 단순 관찰?⋯변호사들이 보기엔 '사찰'까진 아니었지만, 문제는 있다고 봤다

2020. 11. 27 21:27 작성2020. 11. 27 21:28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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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논란 된 문건 하나⋯검찰이 작성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추미애 장관 "판사 불법 사찰이다" vs. 윤석열 총장 "업무 참고용이었다"

변호사들 "재판에 임할 때 담당 판사 성향 파악하는 정도⋯다만 사회적 물의될 정도는 맞아"

"불법 사찰과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vs. "업무참고 자료를 작성한 것" 아홉 쪽 분량의 문건을 두고 양측이 시끄럽다. 변호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대한민국 법원⋅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홉 쪽 분량의 '문건' 하나가 하루종일 법조계 입길에 올랐다. 판사 37명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문서였다. 제목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대검찰청 측이 "업무 참고용 자료"라고 한 이 문건에는 실제 각 판사별 주요 판결⋅평가⋅신상정보 등이 적혀있었다.


내용 자체는 대부분은 이미 공개된 정보였지만, 일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물의를 야기한 법관 리스트에 포함된 적 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다"와 같은 경우가 그랬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판사들을 불법 사찰하고 작성한 문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이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 문건 때문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보기관의 불법 사찰과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윤 총장 측은 "(법원 등) 인사 직후 일회성으로 재판 스타일에 관한 업무참고 자료를 작성한 것"이라며 일부 문건을 공개하는 등 맞받아쳤지만, 추 장관은 그걸 빌미 삼아 재공격에 나섰다. "윤 총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받아야 한다"며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했다.


실제 이 문건은 사찰에 해당하는 문건일지 로톡뉴스가 확인해봤다. 9쪽 분량의 문건 전문을 확인해 변호사들에게 "이 문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물었다. 답변을 한 모든 변호사들은 "지금 드러난 정도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현행법을 어긴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불법사찰죄'라는 건 없지만⋯사찰 시도하면서 다른 범죄 성립시키면 '유죄'

형법에 '불법사찰죄'라는 건 없다. 불법 사찰을 시도하면 필연적으로 다른 범죄(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등)가 성립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 식이다. 추 장관이 수사 의뢰한 윤 총장의 혐의도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123조)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문건에 적시된 판사 등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면 처벌 대상이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지난 2018년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이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국정원 직원들을 시켜 공직자⋅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한 책임이었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은 해당 혐의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현행법을 어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①목적 :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이 정당하다

우 전 수석이 유죄를 선고받은 이유 중 하나는, 정보를 수집한 목적 자체가 자신에 대한 감찰 대응 등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이를 "국정원에 대한 정보지원 요청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은 정보를 수집한 목적이 정당하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형사 재판(공판)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위법의 여지는 적다고 생각한다"며 "목적 자체가 중요 사건 공판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했고,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도 "공판을 위해 이용된 정보로 보인다"며 같은 의견을 보였다.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 역시 "(문건이) 적절한지는 물론 의문이지만, 공판에 대응하는 것을 두고 곧바로 불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로톡 DB


②내용 : 업무용이 아니라 단순 '참고용'으로 보인다

변호사들은 "문건에 나온 내용의 수준으로 볼 때 애초에 '업무'로서 작성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공무원의 '일반적인 직무 범위'를 넘어섰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애초에 '직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는 취지였다.


추선희 변호사는 "해당 문서가 공익을 대변하는 검찰기관에서 '업무'로 작성해 전국 검찰에 배포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내부에서 필요할 때 '참고용'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 등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수집한 수준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이 정도는 사찰이 아니라 수소문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라며 "변호사들 역시 재판에 임할 때 담당 판사의 성향에 대해서는 최대한 수소문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이 정도 수준의 정보를 수집했다고 해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쉽게 알 수 없는 판사의 사생활까지 조사했다면 이땐 명백히 직권남용에 해당할 것"이라고 이재용 변호사는 말했다. 추선희 변호사도 "추후 수집 방법에 불법이 있었다는 점이 나타나면 그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③결과 : 권리행사의 방해라는 결과도 발생하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혐의가 없다고 본 근거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이번 문건으로 "권리행사의 방해라는 결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직권남용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죄가 성립하려면 현실적인 '권리행사의 방해'라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며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판례가 이러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세평 등을 수집 당한 판사가 어떠한 권리행사를 방해받은 적은 없다"며 "이 죄의 피해자로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적용 어려운 이유⋯ 검사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기 때문

판사의 개인정보를 문서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적용할 순 없을까. 변호사들은 "어렵다"고 했다.


익명의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렸을 때 처벌하고 있다"며 그런데 "세간의 평가 등을 수집한 검사를 '개인정보처리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김지혁 변호사 역시 "공개된 정보 또는 구설 등을 취합한 것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 주체로 인정된 자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법 위반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제다" 이유는?

하지만 이번 문건을 접한 변호사들은 "직접적인 현행법 위반은 아니지만, 검사에게 실망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류인규 변호사는 한 부분을 콕 집어 지적했다.


'너무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형소법(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꼼꼼하게 재판을 진행함.'


류 변호사는 "검찰이 형사소송법 절차를 이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했다. 누구보다 수사 및 형사재판 절차를 충실히 따라야 하는 검찰이, 형사소송법의 가치를 낮춰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였다.


익명의 변호사도 "충분히 사회적으로 물의가 될만한 사건은 맞는다"며 "그 자체로 신성한 원칙으로 간주되는 '사법부의 독립'을 검찰이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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