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모욕, 법의 시계는 멈췄나…'소문 유포자'는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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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묵은 모욕, 법의 시계는 멈췄나…'소문 유포자'는 처벌 가능

2025. 12. 29 13:0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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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언자는 공소시효 만료 '면죄부', 20년간 소문 퍼뜨린 지인들은 '새로운 범죄'로 처벌 대상…명예훼손 대응 3단계 액션플랜 포함

20년 전 시작된 명예훼손은 공소시효가 지나 최초 발언자는 처벌이 어렵지만, 그 소문을 최근까지 퍼뜨린 유포자들은 별개의 명예훼손 행위로 처벌이 가능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20년 전 그 말, 아직도 떠도는데”…원조는 무죄, 유포자는 유죄?


20년 전 시작된 모욕적인 소문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는 최근에야 끔찍한 과거를 전해 듣고 법의 문을 두드리려 했지만, '공소시효'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법의 심판은 최초 발언자가 아닌 소문을 퍼뜨린 지인들을 향할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20년 만에 날아든 화살…고소하려니 '공소시효'의 벽


사건의 발단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해자 A씨는 여러 지인이 모인 자리에서 당시 현장에 없던 피해자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모욕과 성희롱 발언을 쏟아냈다.


그 후 A씨는 침묵했지만, 그의 말을 들었던 지인 중 일부가 20년간 꾸준히 소문을 퍼뜨리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최초 발언자 A, 법망 피한 이유 '시간'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20년 전 일이면 소멸시효, 공소시효 모두 명예훼손 관련 도과하였으니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초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국가의 형벌권(공소시효)과 개인의 배상 청구권(소멸시효)이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다.


김경태 변호사(법률사무소 경태)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공소시효는 각각 7년, 3년이므로 이미 공소시효가 도과했다"며 "A가 20년간 추가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A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역시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는 '장기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불가능하다.


끝나지 않은 소문, 끝나지 않은 책임…'포괄일죄'의 칼날


하지만 법의 칼날은 최초 발언자 A씨 대신, 20년간 소문을 퍼뜨린 지인들을 향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지인들이 최근 들어 20년 전에 가해자 A가 말한 내용을 소문 내고 다닌다면, 그 소문 내는 행위 자체가 별도의 명예훼손에 해당할 여지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이는 법적으로 '포괄일죄(包括一罪)'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여러 번의 행위가 하나의 범죄 의사로 계속된 경우, 이를 하나의 범죄로 묶어 처벌하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긴 모닥불과 같다. 최초 불꽃을 일으킨 사람은 이미 자리를 떴지만, 누군가 계속해서 장작(소문)을 집어넣는다면 불은 꺼지지 않는다.


법은 가장 마지막에 장작을 넣은 사람에게 '불을 지핀 책임'을 묻는 셈이다. 이 경우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죄 행위가 끝난 시점부터 계산되므로, 최근까지 소문을 퍼뜨린 지인들의 범죄는 여전히 '진행 중'으로 볼 수 있다.


'잊힐 권리' 비웃는 20년 된 소문의 사회학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디지털 시대 정보의 생명력과 그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 사라졌을 험담이 지인 네트워크를 타고 수십 년간 살아남아 현재의 피해자를 공격하는 현상은 '잊힐 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심코 전달하는 행위가 시차를 두고 타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이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정보 유통의 '문지기'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한다.


명예훼손 대응을 위한 3단계 액션 플랜


그렇다면 피해자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1단계: 증거를 지배하라 (증거 확보)

명예훼손 사실을 인지한 즉시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 SNS 게시물이나 문자 메시지는 캡처하고, 대화는 녹음(통신비밀보호법 유의)하며, 목격자의 진술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으로' 소문을 퍼뜨렸는지 6하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법적 대응의 기초가 단단해진다.


2단계: 전문가의 지도를 구하라 (법률 상담)

수집한 증거를 가지고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 변호사는 증거의 법적 효력을 판단하고,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행위를 선별하며, 형사 고소(가해자 처벌)와 민사 소송(손해배상)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일지 전략을 제시해 줄 것이다.


3단계: 행동으로 옮겨라 (법적 조치 실행)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핵심은 '20년 전 최초 발언'이 아닌, '최근의 유포 행위'에 초점을 맞춰 법의 시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최초 가해자를 법의 심판에서 벗어나게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상처를 헤집은 또 다른 가해자들에게는 면죄부가 될 수 없었다.


법의 시계는 멈춘 듯 보였지만, 새로운 범죄에 대해서는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결국 법의 시간은, 증거를 가지고 행동하는 자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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