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원 횡령, "2500만 원 갚으면 끝?"…독이 든 합의의 함정
1000만 원 횡령, "2500만 원 갚으면 끝?"…독이 든 합의의 함정
법률 전문가들 “섣부른 전액 인정은 금물, 실제 횡령액 특정해 합의가 최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벌금 600만 원이 무서워 회사 돈 1000만 원에 손을 댄 타이어가게 점장이 되레 2500만 원을 토해내고 실형까지 살 위기에 내몰렸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걷잡을 수 없는 눈덩이가 되어 그의 삶을 덮친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은 최악의 선택"이라며 '금액 특정'과 '전략적 합의'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입을 모은다.
1년 넘게 매장을 혼자 관리해 온 A씨의 삶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개인적으로 부과된 벌금 600만 원 때문이었다.
그는 “매장 오픈 때부터 일하며 성과 마지노선을 넘겨도 ‘매장 적자’라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소 두 명이 일해야 할 매장을 성수기에도 홀로 지키며 매출을 올렸지만, 수중에 남는 돈은 없었다.
결국 그는 타이어를 판 돈에 손을 대 벌금을 냈고, 그렇게 시작된 횡령은 10개월간 천여만 원으로 불어났다.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장이 전산 매출과 실제 카드 승인 내역 사이에 2500만 원의 차액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하고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사장 입장에선 믿었던 점장이 가게 돈에 손을 댄 명백한 '배신'이었다. A씨는 자신이 빼돌린 돈은 천만 원 남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장부상 구멍은 그보다 훨씬 컸다. 그는 “차라리 신고하라고 버텨야 할지, 아니면 2500만 원을 모두 물어주고 계속 근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절박한 심정을 털어놨다.
'2500만원 변제'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는 이유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사측이 요구하는 2500만 원을 모두 변제하면 사건이 해결될 수 있느냐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전액 인정’이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횡령액과 장부상 오류가 뒤섞인 상황에서 무턱대고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객관적으로 금액을 재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전액을 변제하거나 합의하는 것은 사실상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후 형사 책임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행위는 ‘업무상 횡령죄(업무상 임무를 위반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가로채는 범죄)’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 횡령보다 무겁게 처벌된다.
서아람 변호사는 “업무상 횡령죄는 피해액이 수백만 원만 넘어도 실형 가능성이 있다”며 “초범이라도 피해액이 크면 집행유예나 벌금형보다는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인정하는 천만 원이든, 사측이 주장하는 2500만 원이든 이미 형사처벌 위험 수위를 훌쩍 넘긴 셈이다.
"억울하면 신고해" 감정적 대응이 파국을 부른다
억울한 마음에 “차라리 신고하라”고 맞서는 것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감정적 대응은 협상의 문을 닫아버리고, 곧장 수사와 재판이라는 더 혹독한 현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재영 변호사(법무법인 태강)는 “‘억울하다, 신고하라’는 태도로 대응하면 사건이 그대로 수사로 넘어가고, 2500만 원 전부가 횡령액으로 취급될 수 있다”면서 “그러면 벌금형을 넘어 징역형까지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특히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는 재판부에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
결국 A씨가 처벌 수위를 낮출 유일한 방법은 ‘합의’다. 유선종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신고를 당하기 전에 실제 손해액을 명확히 따지고 변호사 조력을 받아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불이익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횡령죄에서 가장 중요한 감형 사유로 꼽힌다.
유일한 탈출구, '금액 특정' 후 '서면 합의'
그렇다면 A씨가 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정확한 금액 특정’과 ‘전략적 합의’ 두 가지를 핵심으로 제시한다.
첫째, 실제 횡령액을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윤준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매출장부가 수기로 작성되고 카드·현금 매출 처리에서 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면, 전문적인 회계 검토를 통해 정확한 차액 발생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본인의 횡령액과 회사의 관리 부실로 인한 장부상 오류를 분리해야만 과도한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둘째, 특정된 금액을 바탕으로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 이때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야 뒤탈이 없다. 추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는 “단순히 돈만 주고 끝내지 말고 서면 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회사의 고소 취하 확약과 근무 지속 조건 등을 명확히 해야 추후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가 위기에서 벗어날 길은 명확하다.
첫째, 감정적 대응을 멈추고, 둘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며, 셋째, 이를 근거로 처벌 불원 의사가 담긴 '서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가 실형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유일한 열쇠는, 바로 이 냉철한 법적 절차 안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