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학의 사건 재수사' 배경엔 과거사위원장의 대통령 앞 '3분 소신 발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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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학의 사건 재수사' 배경엔 과거사위원장의 대통령 앞 '3분 소신 발언'이

2019. 04. 10 10:35 작성
윤여진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aftershoc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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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청와대에서 文 대통령 주재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열려

6개 권력기관 외부위원회 위원장 '3분 발언'으로 개혁 성과 보고하는 자리

사표 내고 한 달 넘게 활동 없던 과거사위원장 "과거사위 처음부터 잘못됐다"

지난 2월 열린 국정원검찰경찰개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황광모기자(C)저작권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김학의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검찰에 권고하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이 사건 수사 지시를 한 배경에는 과거사위원장의 ‘소신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대행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는 지난 2월 15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주재한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해 “과거사위 설치를 규정한 법무부 훈령은 처음부터 잘못됐다”며 “훈령이 아닌 법으로 만들어 조사위원들이 검찰 수사기록뿐 아니라 경찰 자료까지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했다”고 발언했다. 현재 훈령상으로는 검찰 수사기록만이 열람 대상이다.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이같은 과거사위의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 사건 진상규명이 어려운 사건으로 故장자연 성폭력 피해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 사건, 용산 참사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고 한다. 이 세 사건은 모두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했거나 작전에 참여해 경찰 기록을 검토해야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같은 김 변호사의 발언은 당시 회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아 문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 과거사위 실무 담당 법무부 관계자 모두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의 성격이 권력기관에서 마련한 자체 개혁안의 성과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자리였던 만큼 김 변호사로부터 쓴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사위가 권고한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진상조사단과 대검 기획조정부 사이에서 업무 조율 역할을 맡은 이용구 법무실장이 난처했다는 전언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27일 과거사위 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밝히고 공식활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김 변호사를 설득해 이날 회의에 참석하게 한 인사가 이 실장이다.

 

이 실장은 사표 제출을 이유를 들어 회의 참석을 연거푸 고사하는 김 변호사에게 ‘3분 성과 발언’의 발표문을 대신 작성해 전달했다. 이 실장 외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밀접하게 관계하는 인사에게 “청와대 회의 모양새를 고려해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들은 김 변호사는 결국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날 이 실장이 대필한 발표문을 읽지 않고 과거사위에서 활동하며 느꼈던 구조적인 문제를 대통령 앞에서 모두 털어놨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이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여러 번 만나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권한상의 어려움을 털어놨는데, 대통령에게까지 잘 전달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권력기관 외부위원장들은 김 변호사와는 달리 자체 개혁 성과를 중심으로 3분 발언을 했다. 실제 A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개혁은 ‘항심’(恒心·늘 지니는 떳떳한 마음)을 가지고 하게 되면, 기회는 오는 것 같더라. 이제까지 개혁 역사의 교훈이다”라며 운을 띄웠다.

 

이와 달리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활동과 관련 법령의 준비가 안 돼서 애로점을 얘기했다고 A 위원장은 2일 로톡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했다.

 

B 위원장은 자신은 준비한 서면을 읽었을 뿐인데 김 변호사는 준비한 자료가 아닌 그 자리에서 다른 내용을 언급했다고 했다. B 위원장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생각해왔던 것을 이 기회에 얘기하겠습니다”라면서 다른 위원장들과는 달리 준비한 서면을 낭독하지 않고 즉석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B 위원장은 9일 전화통화에서 김 변호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얘기하는데 정리해서 첫째, 둘째로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빨리 풀어 놓았다”며 “느끼기로는 일상대화처럼 얘기하는데 잘 따라가지 못하겠더라”고 기억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서면 브리핑 자료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위 활동과 관련해 “검찰의 경우에는 이런 과거사를 스스로 진상조사를 해서 바로잡는 이 일을 한 것이 처음”이라며 “이번에 처음으로 이렇게 한 것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하며 김 변호사를 격려했다.

 

과거사위원장의 ‘소신 발언’ 그 이후

청와대 회의가 있고 난 후 한 달가량이 지난 3월 18일 문 대통령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범죄 의혹 사건과 관련한 과거사위 활동을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박 장관에게 지시한 내용을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학의 사건’과 관련,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 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그 성격을 규정했다.

 

이어 “오래된 사건인 만큼 공소시효가 끝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아닌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 주기 바란다”고 공개발언을 통해 검찰에 재수사를 주문했다.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박 장관은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김학의 사건은 우리 사회의 특권층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검경 수사기관이 부실수사를 하거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며 그달 말에 종료될 예정이던 진상조사단의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하루가 또 지난 지난달 20일 이용구 법무실장은 과거사위에서 ‘김학의 사건’ 주무 위원인 김용민 변호사에게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앞서 김용민 변호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지난달)20일 점심 무렵 이용구 실장으로부터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위원회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면 위원회가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하는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의 공개 재수사 지시 발언 이후 여론의 힘을 업은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오후 과거사위에 중간보고하는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서 재수사해야 한다고 의뢰했다. 과거사위도 이날 오후 같은 내용을 검찰에 정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한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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