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참지 마세요…법원 "가해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도 배상 책임"
직장 내 괴롭힘, 참지 마세요…법원 "가해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도 배상 책임"
창원시 산하기관 공무원 괴롭힘 사건
법원 "기관도 공동 배상책임"
상사의 "네 자취방서 낮잠 좀 자자" 요구도 괴롭힘 해당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무실 의자에 앉을 때마다 상사가 입으로 '뿡' 하고 방귀 소리를 낸다. 출근했더니 사무실 출입구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는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유치한 장난 같지만, 이는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다. 법원은 이러한 괴롭힘에 대해 가해자뿐만 아니라 회사의 배상 책임까지 인정했다.
18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로엘 법무법인의 이제남 변호사가 출연해 날로 교묘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법적 대응책을 상세히 짚었다.
방귀 소리 내고, 비번 바꾸고… 집요한 괴롭힘
방송에서 소개된 경남 창원시 산하기관의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유치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9급 여성 공무원 A씨는 간부 공무원 B씨와 7급 공무원 C씨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B씨는 A씨가 자리에 앉을 때마다 입으로 방귀 소리를 내거나, 회의 중 "적은 거 보지 말고 생각해서 얘기하라"며 모욕을 줬다.
C씨는 한술 더 떠 사무실 비밀번호를 바꾼 뒤 A씨에게만 알려주지 않고, 동료들에게도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업무를 방해했다.
결국 B씨와 C씨는 각각 정직과 견책 처분을 받고, 형사 재판에서 모욕과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이후 진행된 민사소송 결과다. A씨는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소속 기관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남 변호사는 "재판부는 B씨와 산하기관이 공동으로 1천만 원, C씨와 산하기관이 공동으로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민법 제756조는 사용자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이뤄지거나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용자인 회사나 기관도 배상 책임을 진다"고 강조했다.
"네 자취방 좀 쓰자"… 상사의 황당한 '낮잠' 요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와 공분을 샀던 사례도 법적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 30초 거리에 자취방을 구한 신입사원에게 팀장이 "피곤한데 점심때 1시간만 쉬고 나오면 안 되냐"며 방을 빌려달라고 요구한 것.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성별이 다르다면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성별이 같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무 지시를 가장한 괴롭힘도 빈번하다. 부하 직원이 해외 출장을 거절하자 "무조건 가겠다고 대답하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강요한 팀장 사례에 대해, 수원고등법원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며 괴롭힘을 인정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해 회식이나 음주를 사실상 강요했다면 이 역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참는 게 능사 아니다… 증거 모아 신고해야
과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개인 간의 갈등이나 사회생활의 일부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명백한 조직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한다.
이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권한의 불균형과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결합해 발생한다"며 "개인이 감당할 영역이 아니라 조직이 개입해야 할 문제이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으로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증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변호사는 "대화 녹음, 문자메시지, 이메일, 병원 진단서 등 가능한 많은 증거를 수집한 뒤 사내 신고나 노동청 신고,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