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대신 계약' 할머니, 알고보니 무권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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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대신 계약' 할머니, 알고보니 무권대리

2026. 01. 26 10: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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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몰라요", 계약 파기 시 배액배상 의무는?

할머니가 아들 명의로 집을 사겠다며 대리 계약을 체결했으나, 아들은 계약 사실조차 몰랐다. / AI 생성 이미지

아들 명의로 집을 산다며 위임장도 없이 계약을 체결한 할머니. 정작 아들은 계약 사실조차 몰랐다.


황당한 집주인이 계약 파기를 원하자 변호사들은 "본인 동의 없는 무권대리 계약은 무효"라며 "계약금 배액배상이라는 족쇄 없이 해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뢰가 깨진 계약 관계, 그 법적 해법을 짚어본다.


"위임장 필요없다"…도장도 없이 체결된 황당한 계약


2026년 1월 15일, 아파트를 팔려던 A씨의 아버지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황당한 상황과 마주했다. 매수인으로 나온 할머니가 계약서 작성 도중 실제 매수인은 자신의 아들이며, 자신은 대리인이라고 밝힌 것이다.


위임장을 요구하자 중개사와 할머니는 "매수인은 등기 전에 몇 번이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매수대리인은 위임장이나 위임서류가 필요 없다"며 당연하다는 듯 응수했다.


결국 실제 매수인인 아들의 도장도 찍히지 않은 채 계약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계약서를 다시 확인한 A씨는 대리인 인적사항만 수기로 적혔을 뿐, 매수인 칸은 도장 없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들은 "산 적 없다", 책임지겠다는 할머니…집주인의 선택은?


A씨가 중개사에게 인감과 위임장을 재차 요청했지만, 중개사는 "중도금이 들어오고 난 후 서류를 받겠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중도금 입금 후에도 서류는 감감무소식.


참다못한 A씨가 직접 할머니의 아들에게 연락하자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아들은 "계약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매수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든 사실이 드러나자 대리인이었던 할머니는 "본인이 계약을 책임지고 본인 이름으로 매수하고 잔금까지 치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A씨 아버지는 여러 번 말을 바꾸는 할머니는 물론, 이런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도 더는 엮이고 싶지 않다며 계약 파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변호사들 "계약 무효, 배액배상 의무 없다" 한목소리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무권대리(대리권 없는 자의 법률 행위)' 계약으로 보고, 매도인이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매수인 본인의 동의와 위임 없이 체결된 계약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매도인 측은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고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즉, 대리권 없는 계약은 실제 당사자인 아들이 이를 인정(추인)하지 않는 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매수인 본인이 계약 사실을 인지 못하고 추인 의사도 없다고 밝힌 상황이라면, 계약은 본인에게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할머니가 본인 명의로 사겠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새로운 계약 제안이므로 응할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계약 파기, 배액배상 책임은?…"받은 돈만 돌려주면 돼"


A씨 측의 가장 큰 고민은 계약 파기 시 흔히 발생하는 '계약금 배액배상' 문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경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단언했다. 배액배상은 '유효한 계약'을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깰 때 발생하는 책임인데, 이 사건은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이다.


강원모 변호사는 "(아들이) 추인 거절로 무효가 되면 통상 배액상환이 아니라 받은 돈 반환의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 아버지는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만 그대로 돌려주고 계약 관계를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무효 사실을 통지하고, 아들과의 통화 녹음 등 증거를 확보해 둘 것을 조언했다. 더불어 대리권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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