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호적에 올라와 있는 ‘아버지 혼외자’…유산 가져갈 권리 있나
어머니 호적에 올라와 있는 ‘아버지 혼외자’…유산 가져갈 권리 있나
20년 병수발에도 서류 속 낯선 이름
입양 실질 없으면 상속권 박탈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60대 여성 A씨는 20년간 홀어머니를 곁에서 모시며 암 투병 병수발까지 도맡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눈을 감은 직후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하는 순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름과 마주쳤다.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난 배다른 동생이 어머니의 자녀로 호적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서류상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로 어머니 명의 건물의 절반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현실 앞에서 A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7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처럼 충격적인 상속 분쟁 사연이 소개됐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류현주 변호사가 출연해 A씨가 취할 수 있는 법적 대응책을 상세히 짚었다.
아버지 외도로 태어난 아이, 어머니 호적에 올라 있다
A씨의 아버지는 20년 전 세상을 떠났다. 외동딸인 A씨는 그 이후로 줄곧 어머니와 함께 살며 긴 투병 생활을 뒷바라지했다. 장례를 마치고 상속 절차를 밟으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장벽이 나타났다.
어머니의 가족관계증명서에 A씨 외에 또 다른 자녀 이름이 등재돼 있었던 것이다.
고모와 사촌들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아버지가 외도 끝에 얻은 아이를 어머니와의 친자식인 것처럼 호적에 올려두었다는 것이다.
그 배다른 동생은 아버지 생전에도, 어머니가 투병하는 동안에도 한 번도 얼굴을 비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상으로는 A씨와 동등한 상속분을 갖는 공동 상속인이다.
"배다른 동생은 어머니의 친자녀 아냐"…상속권 없지만 소송은 필수
류현주 변호사는 이 사안의 핵심을 명확히 짚었다.
"배다른 동생이라면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는 다른 사람"이라며, "피상속인은 어머니이기 때문에 배다른 동생은 어머니의 친자녀가 아니고, 원칙적으로 상속권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공적 장부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어머니의 자녀로 올라 있는 이상, A씨가 단독 상속권을 확보하려면 그 잘못된 기재를 바로잡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류 변호사는 이를 위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소송은 어머니와 배다른 동생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법원에 확인받는 절차다.
어머니 사망했어도 A씨가 직접 소송 제기 가능
"이 소송은 부모나 자녀 당사자만 제기할 수 있지 않나요?"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류 변호사에 따르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은 당사자 외에도 '이해관계인'이 제기할 수 있다.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 기재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 사람이라면 소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어머니의 상속에 직접적인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어머니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도 배다른 동생을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 인정된다고 봤다.
소송에서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두 사람 사이의 친자 관계는 소급해 소멸되고 가족관계등록부상의 기재도 말소된다. 결국 배다른 동생은 처음부터 어머니의 자녀가 아니었던 것으로 취급되며, 상속인에서도 제외된다.
입양 실질 요건 충족 여부가 최종 관건
그런데 판례는 한 가지 예외를 인정한다. 친생자 출생신고가 아니더라도 당사자가 실제로 '입양'할 의사로 신고를 하고,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면 입양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변호사는 입양의 실질적 요건으로 "입양 합의, 15세 미만인 경우 법정대리인 승낙, 양자가 양부모의 존속이나 연장자가 아닐 것, 그리고 감호·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 사실이 수반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A씨의 사안에서는 이 마지막 요건이 결정적이다. "성장하면서 배다른 형제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호·양육 등 신분적 생활관계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류 변호사의 판단이다.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이상,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배다른 동생의 상속권도 박탈되고, A씨는 어머니 재산의 단독 상속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