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D-day,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준다면?
이사 D-day,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준다면?
새집 전입신고 vs 옛집 보증금, 두 마리 토끼 잡는 법

계약 기간 전 이사 시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면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계약이 종료돼야 신청 가능하므로 집주인과의 '합의해지'가 우선이다./ AI 생성 이미지
계약 만료 전 이사하려는데, "새 세입자를 구해야 보증금을 준다"는 집주인의 통보.
새 집에 전입신고를 하자니 옛집 보증금이 허공에 날아갈까 두렵고, 버티자니 새집에서의 권리가 위태롭다.
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내 보증금을 완벽하게 지켜내고 무사히 이사할 수 있는 법률적 해법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짚어본다.
"다음 세입자 구해지면 줄게요"…벼랑 끝에 선 세입자의 한숨
개인 사정으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하는 A씨. 내년 3월이 계약 만료지만, 당장 오는 7월 5일 새 월세집으로 이사하기로 가계약까지 마쳤다.
문제는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구해져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서에는 중도 퇴실 시 보증금 반환에 대한 별도 조항도 없어 A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새집에 전입신고를 하면 옛집에 대한 권리를 잃고, 전입신고를 안 하자니 새집에서의 권리 확보가 불투명해지는 '악마의 선택' 앞에 놓인 것이다.
구원의 동아줄, '임차권등기명령'…그러나 조건이 있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 제도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 주택에 대한 대항력(이미 확보한 권리를 타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 힘)과 우선변제권(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권리)을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이푸름 변호사는 “등기가 완료되면 이후 전출하거나 새 집에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현재 집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라고 그 효과를 설명했다. 즉, 등기부등본에 '나의 권리'를 새겨 놓고 마음 편히 이사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이 제도는 ‘계약이 종료된 후’에만 신청할 수 있다. A씨처럼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면, 먼저 집주인과 계약을 끝낸다는 ‘합의해지’가 필요하다.
심준섭 변호사는 “먼저 임대인과 합의해지를 하거나 내용증명으로 적법한 해지 절차를 거친 후,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완료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족 찬스'부터 '내용증명'까지…변호사들의 실전 조언
만약 집주인이 합의해지에 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이동규 변호사는 “가족 중 일부를 기존 집에 그대로 남겨두면 기존 집의 대항력은 안전하게 유지됩니다”라며 가족의 주민등록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세대원 중 일부만 남아 있어도 전체 세대의 대항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집주인과의 협상 자체도 중요하다. 강원모 변호사는 세입자가 중개비를 부담하거나 집을 보여주는 데 적극 협조하는 등의 카드를 활용해 합의해지 조건을 현실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합의가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법적 준비를 해둬야 한다. 김상훈 변호사는 “합의가 안 될 경우 내용증명을 통해 해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추후 발생할 법적 분쟁에 대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집주인과의 합의 내용은 반드시 서면으로 남기고, 분쟁에 대비해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