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한다더니 접근금지"…가정폭력 재판의 숨은 함정
"용서한다더니 접근금지"…가정폭력 재판의 숨은 함정
처벌불원서 한 장 믿고 혼자 법정 나섰다간 '낭패' 볼 수도

가정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내도, 법원은 접근금지 연장 신청을 더 중시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가정폭력 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된 A씨.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류까지 써 줬지만, 법원은 오히려 접근금지 명령을 연장했다.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면 교육으로 끝난다"는 주변의 말만 믿기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 모순된 상황 뒤에 숨은 법원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순 반성'만으로 끝날 단계가 아니며, 안일한 대응은 더 무거운 보호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처벌불원서와 접근금지, 법원이 읽는 ‘진짜 신호’
가정폭력 사건으로 가정보호사건 재판을 기다리던 A씨는 혼란에 빠졌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피해자는 임시조치 연장을 계속 신청했고, 최근엔 임시보호명령까지 받아냈다. A씨는 관계 회복을 시도할 기회조차 차단당한 채 법정에 서게 됐다.
변호사들은 이 '모순된 신호'가 가장 위험한 지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의 정진열 변호사는 "법원은 '피해자가 겉으로는 용서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처벌불원서는 말뿐인 용서일 수 있으며, 계속되는 보호명령 신청이야말로 법원이 주목하는 피해자의 진짜 속내라는 분석이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 역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임시보호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면 법원은 재발 위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안일한 대응을 경계했다.
"억울한 부분을 말하면 형사재판 가나요?"…전략적 줄타기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사실관계 다툼'의 위험성이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형사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면 부인'과 '합리적 소명'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 형사법원으로 환송될 위험이 존재하지만, 본인의 실제 잘못은 깊이 반성하면서도 상대방의 과장된 주장에 대해서는 객관적 근거를 통해 소명하는 전략이 처분 수위를 낮추는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변호사는 사건의 전체적인 책임은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은 법리적으로 바로잡아 형사재판으로의 전환을 피하고 보호처분 수위를 낮추는 '줄타기'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정진열 변호사 역시 무조건적인 부인이 아닌 '정황에 대한 설명'으로 억울한 부분을 풀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류 제출부터 법정 동행까지…변호사는 무엇을 하는가
가정보호사건에서 변호사는 단순히 서류를 대신 써 주는 역할을 넘어선다. 여러 변호사들은 변호사가 '보조인'으로서 사건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다고 설명한다. 서면 제출은 기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에 따르면 사건 경위, 재발 가능성, 관계 회복 가능성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임시조치 연장의 부당성을 반박하는 것도 변호사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 당일의 조력이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심리 당일에도 변호사는 보조인으로서 법정에 동행하여 함께 출석할 수 있으며, 판사의 질문에 대해 법률적으로 유리한 답변을 보완하거나 현장에서 즉각적인 변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변호사는 법률적 방어와 심리적 안정을 동시에 제공하며, 접근금지로 막힌 상황에서는 합법적인 소통 창구 역할까지 수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