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명품 팔았다 사기꾼 될라…'환불'이 자백될까
중고 명품 팔았다 사기꾼 될라…'환불'이 자백될까
40만원에 사기 고소 당한 판매자…변호사 7인의 생존 가이드

중고 명품 가품 사기 고소 시, 환불은 분쟁 해결 목적임을 명시하고 '고의성'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5~6년 전 일본에서 산 중고 명품을 40만 원에 팔았다가 '가품'이라며 사기 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환불을 권하지만, 섣불리 돈을 돌려줬다간 범죄를 인정하는 꼴이 될까 두렵다.
'환불하면 사건이 끝날까?', '구매자가 웃돈을 요구하면 어떡하지?'
억울한 중고거래 분쟁에 휘말린 판매자를 위해 변호사 7인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환불은 ‘자백’일까?…“가품 인정 아님을 명확히 하라”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늘 만점 후기만 받아온 A씨는 하루아침에 사기 피의자가 됐다. 5~6년 전 일본의 유명 중고 명품 숍에서 구매한 제품을 팔았는데, 구매자가 사설 감정 결과를 근거로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경찰의 환불 권유에 A씨는 이것이 되레 족쇄가 될까 봐 불안에 떨며,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정리했다.
"가품을 인정하는 차원이 아닌, 소액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툼으로 고소인/피고소인/경찰에 발생하는 과도한 행정소모와 지속될수 있는 다툼을 원만히 처리하는 차원, 구매자가 제품에 대해 근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기에 신뢰 판매자로서의 구매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차원에서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환불 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A씨의 환불 제안이 곧바로 '가품 판매 인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강민기 변호사는 "가품 인정이 아닌 행정 소모 최소화와 신뢰 판매자로서의 배려 차원이라는 조건을 명확히 하여 서면 또는 문자로 남겨두신다면, 추후 이것이 가품 자인으로 해석될 여지는 상당히 줄어듭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강희 변호사 역시 "가품 인정이 아니라 분쟁 종결과 피해 회복 차원의 제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합의하면 사건 끝? "자동 종결 아니지만 가능성 높아져"
그렇다면 A씨가 구매자와 합의하고 환불해 주면, 진행 중인 사기 사건은 그대로 종결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동 종결'은 아니다.
사기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수사기관이 처벌할 수 있는 범죄(비친고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다소 차이가 있다. 법무법인 초원의 윤세진 변호사는 "40만 원 상당의 소액 사건에서 합의를 통해 고소가 취하되고 처벌불원서가 제출된다면, 수사기관은 사안의 경미함을 고려하여 '공소권 없음'이나 '기소유예' 혹은 '무혐의' 취지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아람 변호사 또한 "현실적으로는 피해 회복과 처벌 불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질문자님 사건처럼 금액이 크지 않고, 피해회복이 이루어지고, 전과나 상습성이 크지 않다면 불송치·불기소·기소유예 방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합니다"라고 말해 실무상 종결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구매자의 '웃돈' 요구, 경찰의 '정상참작' 의미는?
A씨는 한 가지를 더 우려했다. 만약 구매자가 환불액 40만 원을 넘어선 웃돈이나 위자료를 요구할 경우다. A씨가 이 가능성을 언급하자, 경찰은 "해당 사항이 발생하면 내용을 '정상참작'해 드린다"고 답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이는 오히려 A씨에게 유리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이동규 변호사는 "만약 고소인이 과도한 금액이나 위자료를 요구하며 합의를 악용하는 정황이 생긴다면 질문자님이 단순히 책임 회피 목적이 아니라 원만한 해결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수사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입니다"라고 풀이했다.
법무법인 한강의 유재승 변호사도 "'사기죄는 인정되는 것 같은데 판매자가 극구 부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아 실제로 억울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그 점은 참작해 주겠다' 정도로 이해하셔도 될 듯합니다"라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즉, A씨는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상대방이 이를 악용했다는 정황이 A씨의 '사기 고의성'을 판단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사기 고의성'…영수증 없어도 괜찮나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A씨가 판매 당시 해당 제품이 '가품임을 알면서도 속여 팔았는지', 즉 '사기의 고의성' 여부다.
A씨가 오래전 일본의 신뢰도 있는 중고명품샵에서 구매한 점, 그동안 다른 거래에서 만점 후기를 받아온 점 등은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정황이다.
반면 구매자가 제출한 감정서는 '법적 책임이 없음'이 명기돼 있어 절대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다.
법무법인 연우의 이숭완 변호사는 "일본 중고명품샵 구매 정황, 만점 후기 이력, 감정서의 법적 책임 부재 명기 등은 고의 부재를 뒷받침하는 유리한 사정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억울하게 가품 판매자로 몰렸다면, 섣부른 감정적 대응보다 환불의 조건을 명확히 하는 합의를 시도하되, 이와 별개로 판매 당시 정품이라고 믿었던 구체적인 정황 증거(일본 출입국 기록, 카드 내역, 과거 판매 이력 등)를 최대한 모아 자신의 무고를 입증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