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물병원 수술대 오른 반려견 죽자…수의사 걷어차고 장비 부순 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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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물병원 수술대 오른 반려견 죽자…수의사 걷어차고 장비 부순 보호자

2025. 10. 17 15:1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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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죄질 불량" 징역 6개월 실형

2심서 집행유예로 감형

반려견이 수술 중 사망하자 수의사를 폭행하고 의료기기를 부순 보호자에게 1심은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셔터스톡

수술을 준비하던 반려견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보호자는 슬픔 대신 폭력으로 분노를 터뜨렸다. 60대 수의사의 가슴을 걷어차 뼈를 부러뜨리고, 수백만 원짜리 의료기기를 내동댕이쳤다. 며칠 뒤엔 다른 수의사의 뺨을 때리고 침까지 뱉었다.


법원은 1심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대체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술실에서 벌어진 광란…걷어차이고 부서졌다

사건은 지난 3월, 포항의 한 동물병원 수술실에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자궁적출 수술 준비 중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성을 잃었다. A씨는 수의사(69)의 가슴을 무릎으로 걷어찼고, 수의사는 흉골 골절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A씨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수술실에 있던 고가의 의료기기를 차례로 바닥에 내던졌다. 시가 540만 원, 77만 원 상당의 기기, 아이패드 등이 박살 났다. 순식간에 파손된 기기 값만 총 672만 원에 달했다.


광란은 일주일 뒤에도 이어졌다. A씨는 술에 취한 채 다시 병원을 찾아갔다. 이번 대상은 다른 수의사(39)였다. A씨는 "네가 수술했냐?", "자격증 내놔봐라"라며 욕설을 퍼붓고, 수의사의 몸을 밀치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심지어 뺨까지 두 차례 때렸다.


1심 법원의 단호한 판단 "실형 불가피"

법정에 선 A씨는 상해, 재물손괴,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대구지법 포항지원 박현숙 판사)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반려견이 사망하자 수의사에게 상해를 가하고 의료집기를 파손했을 뿐 아니라, 1주일 후 다시 찾아가 다른 수의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범행 내용과 피해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또한 "피해자의 상해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는 점을 실형 선고의 주된 이유로 밝혔다.


A씨가 피해 수의사를 위해 11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지만, 당시 피해자가 이 돈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진정한 피해 회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법정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뒤늦은 합의, 뒤바뀐 2심 판결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대구지법 제2-1형사부 재판장 김정도)는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실형을 면하게 해준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판결 선고 후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감형 사유로 꼽았다. 1심 재판 후 구속될 위기에서 A씨가 두 명의 피해 수의사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해 용서를 받아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5고단476 판결문 (2025. 5. 29. 선고)

대구지방법원 제2-1형사부 2025노2114 판결문 (2025. 8. 29.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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