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세입자에 '새집' 수리시킨 집주인, 돌연 "나가라"
9년 세입자에 '새집' 수리시킨 집주인, 돌연 "나가라"
화재 복구비 폭탄에 퇴거 통보까지… 법조계 "감가상각 무시한 비용은 부당이득"

9년간 거주한 집에 불이 나자 집주인 요구대로 수리했지만, 과도한 비용 청구와 퇴거 통보를 받은 세입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AI 생성 이미지
9년간 거주한 셋집에 불이 나 집주인의 요구대로 수리를 마쳤지만, 과도한 비용 청구는 물론 퇴거 통보까지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특히 집주인은 세입자 본인이 아닌 남자친구에게 접근해 수리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9년의 감가상각을 무시한 수리비는 집주인의 부당이득에 해당하며,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도 최장 10년으로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나 빼고 남친과 뒷거래… 수리 끝나니 나가라니"
경주의 한 노후 주택에서 9년간 살아온 A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2026년 1월 19일. A씨는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수리를 진행했지만, 공사비 내역을 받아들고 충격에 빠졌다. 화재와 무관한 부분까지 '올수리'를 요구한 것도 모자라, 계약 당사자인 자신을 배제하고 남자친구와 공사 논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A씨는 "실제거주하고 있는세입자인 저한테는 동의도 없이 제남자 친구에게 비용을 싸게 해준다고 말해서 믿고 집주인게 맞겼는데, 기존의 것보다 말도 안되게 과한 금액을 요청받았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억울함을 감수하고 낡은 집을 새집처럼 고쳐 놨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집을 비워 달라는 냉혹한 통보였다. 그는 "수리가 다 끝나고 나니, 이제 와서 이사를 나가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A씨는 9년 전 입주 당시 사진과 화재 전후 사진, 수리비 영수증 등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법조계 "9년 된 집, 새집으로 만들어줄 의무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가 세월의 흔적까지 새것으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9년간의 사용으로 낡은 부분까지 세입자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안준표 변호사(법무법인 바른길)는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통상의 손모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고, 노후·통상사용으로 생긴 가치감소는 원칙적으로 임대인 부담이라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신지수 변호사(법무법인 랜드로) 역시 "9년 된 노후 주택을 신축 수준으로 '올 수리'해 줄 의무는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화재 피해 범위를 넘어서는 수리나 감가상각을 무시한 비용은 집주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므로 세입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송 시효, '3년' 아닌 '10년' 카드도 존재
과다 지급한 수리비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시간도 충분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집주인의 행위를 불법행위로 본다면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소송을 해야 하지만, '부당이득반환 청구'라는 더 긴 시간적 여유를 주는 법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불법행위로 보면 손해와 상대방을 안 날부터 3년, 행위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 문제가 생깁니다. 부당이득 쪽은 통상 10년이 문제됩니다"라고 말했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10년,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아직 시효가 도과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확인했다.
2026년 1월에 발생한 사건이므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로 다툴 경우 A씨는 훨씬 여유롭게 법적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
소송의 첫걸음은 '내용증명'… 증거 확보가 승소 열쇠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소송에 앞서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을 발송해 집주인에게 과다한 수리비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을 권했다. 이는 상대방을 압박하는 효과와 더불어, 향후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이후 내용증명을 통해 과다 청구된 금액의 반환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응하지 않을 경우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대응하는 절차를 권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기윤서 변호사(법무법인 송천) 역시 "수리비 영수증, 화재 전후 사진, 집주인과의 대화 내역(문자·카카오톡 등)을 지금 즉시 정리해 두세요"라며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