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파탄 유책배우자, '부제소 합의'로 추가 소송 막을 수 있나
사실혼 파탄 유책배우자, '부제소 합의'로 추가 소송 막을 수 있나
합의서에 '이 문구' 없으면 무용지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실혼 관계 파탄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한 A씨의 목소리엔 불안감이 가득하다.
과거 채무까지 포함해 총 7,000만 원을 지급하며 모든 관계를 깨끗이 정리하고 싶지만, 돈을 받고도 상대방이 마음을 바꿔 추가로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요구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A씨를 짓눌렀다. '차후 민·형사상 제소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 한 장이 든든한 법적 방패가 되어줄 수 있을까.
도장 찍으면 100% 안전?
변호사들은 A씨가 구상한 '부제소 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정도의 서정식 변호사는 "협의 내용에 재산분할, 위자료, 부제소 합의 등의 조건을 넣으면 추후 추가적인 위자료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만약 상대방이 합의를 어기고 소송을 걸어오더라도, 이 합의서가 방어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합의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대법원 판례(95다23156)에 따르면, 이러한 합의는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헤어지기로 하고'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만약 실제로 헤어지지 않고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면 합의서 역시 휴지 조각이 된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합의서에 상세한 내용을 기재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서명날인을 받아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공증까지 받아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배신 막는 '결정적 한 줄', 위약벌
그렇다면 상대방이 돈만 받고 약속을 어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합의서에 반드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위약벌' 조항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합의를 어길 경우를 대비해 유의미한 위약벌, 대략 합의금의 3배가량의 조항을 반드시 삽입하시기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7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합의 위반 시 2억 1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식의 강력한 페널티를 거는 것이다.
최후의 수단, '협의' 아닌 '소송'이 답일 수도
일부 변호사들은 협의서 작성의 한계를 지적하며 '소송'을 통한 해결이 더 확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는 "협의이혼은 상대방 미이행으로 뒤늦게 위자료, 재산분할 소송을 하는 분들이 다수 있다"며 "내가 원하는 방식과 결과로 이혼하고 싶다면 소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조정을 통해 합의하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정 조서를 받을 수 있어 이행을 강제하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