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 정부 백기"…형제복지원·선감학원 피해자, 수십년 만에 배상 길 열렸다
"국가폭력에 정부 백기"…형제복지원·선감학원 피해자, 수십년 만에 배상 길 열렸다
법무부 "신속한 피해 구제 위해 상소 포기"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회복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 1,029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법무부는 5일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과 상고심을 모두 취하하고, 앞으로 1심 판결에도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권이 침해된 국민에 대해 충분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해 상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38,000명 강제수용, 650명 사망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과 부산시-형제복지원 간 위탁계약에 따라 3만 8000여 명이 강제수용되어,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의 결과 65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이다.
현재 형제복지원 피해자 652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은 111건에 달한다. 1심 71건(원고 292명), 항소심 27건(원고 200명), 상고심 13건(원고 160명)이 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선감학원 사건은 1950년경 경기도 조례 등에 따라 민간시설인 선감학원에 4,700여 명의 아동들이 강제수용되어, 강제노역과 폭행 등 가혹행위가 이루어져 29명 이상이 사망하고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선감학원 피해자 377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은 42건으로, 1심 21건(원고 147명), 항소심 18건(원고 198명), 상고심 3건(원고 32명)이 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대법원 판결이 가져온 변화
그동안 법무부는 전국 법원에 제기된 국가배상소송에 대해 일관된 배상기준 마련 필요성 등을 이유로 상소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국가가 상고한 7건에 대해 2025년 3월부터 7월까지 대법원의 상고 기각 판결이 선고됐다.
법무부는 "법률상 근거 없이 민간시설에 아동을 강제수용한 점에서 선감학원 사건도 형제복지원 사건과 불법성의 크기나 피해의 정도가 다르지 않으므로 더 이상 소송으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예외적인 경우 제외하고 상소 포기
법무부는 항소심 및 상고심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국가 상소를 취하하고, 1심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판결 선고 후 추가적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한 사건 등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상소를 포기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국가의 책임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바탕으로,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 사건 외에도 국가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소송 사건에 대해 신속한 권리 구제를 통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