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텀블러 슬쩍한 공무원, '즉결심판'과 '기소유예' 중 뭐가 더 유리할까?
마트에서 텀블러 슬쩍한 공무원, '즉결심판'과 '기소유예' 중 뭐가 더 유리할까?
경찰은 즉결심판 권했지만…공무원 신분상 불이익 최소화하려면 '전과 기록' 여부 따져야

순간의 실수로 절도혐의를 받은 공무원이 즉결심판과 기소유예를 놓고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현직 공무원인 A씨는 순간의 실수로 절도 혐의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대형마트 계산대 근처에 놓여 있던 텀블러를 주인에게 찾아 주려다 깜빡하고 집으로 가져온 것이다. 담당 경찰은 사안이 경미하고 초범인 점 등을 들어 사건을 빨리 종결할 수 있는 '즉결심판'을 권했다.
하지만 A씨는 공무원 신분에 미칠 징계가 걱정이다. 벌금형이 예상되는 즉결심판과, 검찰에서 받는 기소유예 처분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고객센터 가려다 깜빡…순간의 실수로 절도범 될 처지
A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계산을 마친 뒤 포장대에 주인을 잃은 텀블러를 발견했다. 고객센터에 가져다 주려던 생각이었지만, 급한 연락을 받는 등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자신도 모르게 텀블러를 챙겨 집으로 왔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A씨는 결국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A씨는 “즉시 돌려주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담당 형사는 A씨가 초범이고 깊이 반성하는 점, 피해가 경미한 점 등을 고려해, 경찰서장의 청구로 진행되는 즉결심판을 제안했다. 즉결심판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가벼운 처벌이 예상되는 경미 범죄를 신속히 처리하는 절차다.
즉결심판 vs 기소유예, 공무원에겐 '전과 기록' 여부가 핵심
결론부터 말하면 공무원 신분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두 절차의 가장 큰 차이는 '전과 기록' 여부에 있다.
즉결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면 비록 소액이라도 유죄 판결에 해당해 '전과 기록'이 남는다. 반면 기소유예는 검사가 혐의는 인정되나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따라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공무원법상 당연퇴직 사유(금고 이상의 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처분과 별개로 진행될 내부 징계 절차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법적으로는 기소유예를 받아도 징계가 가능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유죄 판결인 벌금형보다 징계 수위를 정할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변호사들 의견은 갈렸지만…"징계 생각하면 기소유예 목표로"
변호사들의 의견은 즉결심판의 신속성과 기소유예의 실익을 두고 일부 갈렸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즉결심판은 벌금형으로 처벌돼도 범죄경력기록이 남지 않고, 검사 처분까지 기다리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적어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수훈 이진규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 역시 즉결심판이 유리하다고 봤다.
반면 공무원 징계에 초점을 맞춘 반론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유 (唯) 박성현 변호사는 "공무원 신분과 관련된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기소유예가 더 유리하다"며 "범죄경력 없이 사건이 종결돼 징계 절차에서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현 변호사 역시 "즉결심판이든 기소유예든 일단 입건된 만큼 공직 내부 징계는 진행될 수 있다"며 "징계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 단계에서 즉결심판에 동의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뒤, 검찰 단계에서 초범인 점과 반성하는 태도 등을 적극적으로 피력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내는 것이 징계 위험을 줄이는 길이 될 수 있다.
